카림에게 Opposites United를 묻다.
기아디자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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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기아는 모빌리티에 역점을 두고 다시 도약하고 있습니다. 개인에게 가장 친밀하고 사적인 공간이 바로 모빌리티이기 때문인데요. 하비브 전무님이 가장 애정하는 탈 것, 가장 만들고 싶은 탈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아끼는 차는 제가 매일 출근하는 차죠. 물론 브랜드는 기아입니다. 매일 서울에서 기아디자인센터까지 왕복 110km 거리를 왔다 갔다 해요. 그리고 가장 만들고 싶은 차 역시 지금 기아디자인센터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자동차예요. 차를 매일 사용하는 동시에 그 차를 디자인하는 것은 저를 비롯한 ‘카 가이즈Car Guys’의 일상이죠. 아직 우리는 자동차를 생각하면 전형적으로 떠올리는 사물이 있어요. 하지만 자동차라고 했을 때 ‘움직이는 거실’을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틀에 이미 짜인 사고를 벗어나 창조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가 자동차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2.
하비브 전무님이 Opposites United(OU)를 바라보는 관점이 궁금합니다.
OU는 단지 시각적 은유에 그치지 않는다고 믿어요. 한 단위, 한 도시, 또는 한 국가에서도 문화적 수준과 경제적 수준의 차이에서 일어나는 대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삶이 항상 그래왔는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지금이 과거보다 더 극단적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아마도 우리가 많은 정보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만큼, 대조와 모순을 쉴 새 없이 감지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OU가 단지 디자인의 형태에 머물지 않고, 어떤 것을 다루고,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에 관한 것이며, 대비와 역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이 우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Q3.
OU는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OU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비브 전무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무릇 도시에는 오랜 역사가 존재하고, 한편으로는 과거와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의 또 다른 부분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과거에 대한 일종의 파괴적인 시각이 있다는 건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경복궁에 갔을 때, 인왕산 방면을 바라보니 수백 년 전의 시대가 보였어요. 그런데 뒤를 돌아보면 1000만 명이 사는 현대적인 도시를 볼 수 있죠. 이처럼 서로 다른 차원의 사회나 문화적 양식이 공존하는 장면을 접하는 건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4.
하비브 전무님은 디자이너시죠. 디자인은 무엇을 매개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인의 역할은 디자인을 보는 관점과 디자이너의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산업 디자인의 경우만 보아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수백, 수천 개의 유닛으로 구성되죠. 이런 면에서 디자인은 기술과 인류 사이의 번역자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개념도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특히 디지털 경험은 산업 디자인에서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죠. 경험을 디자인하고 감정과 상호 작용을 디자인하기 때문인데요. 어떤 면에서는 관계와 공감 그 자체가 디자인의 의도가 되기도 하죠. 사용자와 제품, 그리고 브랜드 사이의 공감, 이런 주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화가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디자이너에게 그 생각의 주도성을 넘기고 싶기도 해요.
Q5.
이동은 보통 목적을 가진 여정을 뜻합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이동하는 시간 그 자체가 소중한 경우도 많죠. 하비브 전무님은 어떠신가요?
지금 이곳, 기아디자인센터에 있는 분에게 자동차는 일종의 로맨스이기도 해요. 누구나 이동을 하고, 소박하지만 멋진 자기만의 길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때로는 잠시 멈춰서 무언가를 발견해요. 언젠가 독일에서 이탈리아 중부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어요. 당시 저는 정말 오래되고, 낡고, 작은 자동차로 여정에 임했죠. 알프스산맥을 넘어서자마자, 비가 내리고 폭우가 쏟아졌어요. 그런데 갑자기 와이퍼가 튀어나와서 멈춰버렸지 뭐예요. 아찔했지만, 저는 그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무언가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으니까요. 그게 바로 이동하는 일의 ‘꿈’이자 ‘로맨스’가 아닐까 싶어요.
Double-D
Double-D는 2012년 설립 이후 브랜딩, 패키지, 편집, 광고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다. 2021년 기아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담당해 전용 서체 및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의 태동부터 함께 고민하면서 현재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있으며, 창작자를 위한 온라인 매거진 《비애티튜드》를 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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