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디자이너 보웬 주. 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인턴 디자이너 / 기아 퓨처 디자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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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D
Q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제 이름은 보웬 주Bowen Zhou입니다. 우리 삶에 희망과 즐거움을 더하는 디지털 경험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기아에서 인턴을 하기 전에는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에서 산업디자인과 조각을 공부했습니다. 재학 중 NASA에 증강 현실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팀을 이끌기도 했고, 현대자동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미래의 도시 풍경을 만들기도 했어요. 브라운 스페이스 엔지니어링Brown Space Engineering의 지상 소프트웨어 팀에서 일한 경험도 있답니다.
Q2.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기아의 선행 디자인을 담당하는 기아 퓨처 디자인실에서 인턴으로 일했어요.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예전 현대자동차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매 순간이 너무나 좋았어요! 가까운 미래를 진지하게 상상하면서 그곳과 사람의 연결 경로를 설계하는 경험은 쉽게 얻을 수 없잖아요. 게다가 미국에 사는 입장에서 지구 반대편인 한국으로부터 도착하는 피드백을 적용해 디자인하는 경험은 무척 신기했어요. 그래서 기아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찾아왔을 때 결코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Q3.
인턴 기간에 참여한 ‘그로잉카Growing Car’ 프로젝트가 흥미로워요.
기아 퓨처 디자인실에서 인턴을 하면서 그로잉카의 개념을 정의하고, 커뮤니티 성장의 매개체로 모빌리티를 재해석했어요. 최근 들어 교통은 종종 사람들의 생활권을 분리하고 자원의 불균등한 분배와 불평등에 관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까운 미래에 모빌리티가 서로의 삶을 떨어뜨리기보다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는 방법을 제안했어요. 그 결과인 그로잉카는 공간에 대한 이웃의 사회적 요구와 변화에 대응하면서 사회적 성장을 촉진하는 ‘살아있는 기계’를 의미해요. 최종 단계에서는 커뮤니티의 건전한 성장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가 어떤 모습이고,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스템 개념을 정립하고, 그 비전을 특정하는 구성 요소를 현실화하는 프로토타입을 분석하는 전략을 짰습니다.
그로잉카가 지역 사회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려면 천천히 움직이고, 유연하면서도 빠르게 반응하는 공간이 필요해요. 그 결과로 이동식 조류(藻類) 포켓 파크가 탄생했습니다. 조류는 수관의 물을 따라 이동하는 거품의 ‘표면’에 붙어 자라는 생물이에요. 조류의 표면은 소재의 물리적 접촉에 반응하면서 확장 및 수축을 통해 조류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죠. 그렇게 만들어지는 다양한 수준의 녹지 공간은 커뮤니티가 상호작용한 흔적을 반영합니다. 조류가 성장하는 가운데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신선한 공기와 지역 사회를 위한 먹거리까지 창출해요.
이동식 조류(藻類) 포켓 파크로 발전한 ‘그로잉카’의 모습.
이동식 조류 포켓 파크의 표면을 위한 디자인 스터디.
프로젝트의 핵심은 포켓 파크의 유연한 표면을 디자인하고 프로토타입으로 완성하는 것이었어요. 인간의 근육을 본뜬 인공 근육인 맥키번 근육을 사용한 표면은 조류 수관 내부의 압력 변화에 따라 반응하며 움직이는데요. 아래는 표면 디자인의 기능 중 일부입니다.
1. 물을 펌프질하며 압력을 가하는 시스템을 통해 표면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2. 표면은 수압 변화와 더불어 물리적 접촉까지 더해지면 다른 형태로 변할 수 있습니다.
3. 표면에 종이 접기식 구조를 적용하면 움직이는 동안 외양이 바뀌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결국 그로잉카는 미래의 도시 모습을 새롭게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해요. 빠르고, 견고하고, 빛나는 도시가 아니라 느리고, 유연하고, 반응하는 도시 말이죠.
Q4.
UX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기아는 미래 모빌리티에 어떻게 접근하던가요?
기아의 CMF 팀을 방문한 기억이 선명해요. CMF 팀을 이끄는 팀장님은 무척이나 너그러운 마음씨로 지속가능성을 이루기 위한 기아의 비전을 단계별로 친절히 설명해 주셨죠. 지구상의 많은 회사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속가능성이란 슬로건을 앞세워 ‘그린 워싱greenwashing’을 하고 있어요. 이와 다르게 기아는 지금 바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실행가능한 단계에 집중하고 있더군요. CMF팀에 있던 소재 라이브러리는 친환경 소재와 디자인 실험을 위한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는데요. 전시장에 진열한 작품, 작업대 위의 반제품을 살펴보며 디자이너의 열정과 진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기아는 미래의 삶에 필요한 상품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미래의 삶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생각한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기업이 비싸고 유지 비용이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선전하는 세상에서 기아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죠. “여러분. 일단 숨 좀 돌리면서 지금 만들려는 세상이 정말 우리가 살고 싶은 건강한 세상인지 확인할까요?” 녹색 미래라는 동일한 꿈을 향해 기아 디자이너 모두가 함께 나아간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Q5.
에릭 메이어Eric Meyer의 저서인 『문화지도(The Culture Map)』가 인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서로 상충하는 동서양의 문화와 특성을 여러모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겠네요.
제가 기아에서 겪은 패러다임의 변화 중 하나는 서로 다른 문화가 소통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는 거예요. 인턴십을 통해 성장하고 적응하면서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과 경청을 경험했죠. 에릭 마이어의 책은 기아에서 중간 평가를 받은 다음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평가서에 적힌 말이 무슨 뜻인지 완전하게 이해하기가 힘들었거든요. 미국에서는 분명하고 과장된 표현과 말투로 가득한 비평을 주고받았어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이런 표현이 회의에서 자주 튀어나왔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비평이 일반적이지 않더라고요. 제 중간 평가에 참여한 팀원의 글은 다들 중립적이고 침착했거든요. 저로서는 무슨 생각으로 쓴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문화지도』는 문화권에 따른 의사소통 방식의 뉘앙스와 차이점을 정말 잘 설명해주는 책이에요. 미국은 가장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고 한국은 가장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양극단의 위치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사람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게 미국 스타일이란 걸 깨달은 저는 이후 좀 더 소규모 그룹이나 일대일 대화를 통해 평가를 청했어요. 접근 방식을 바꾸자 시사점이 충만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더군요! 책에서 얻은 교훈을 팀 리더와 공유하니까 제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의사소통 방식이 더 직설적이고 분명하게 바뀌기도 했어요. 문화 장벽을 경험하며 이를 식별하고, 적응하고, 학습한 점을 공유하는 경험은 성장과 협력을 위한 놀라운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기아 디자이너의 친절한 격려와 이해가 없었더라면 아마 불가능했을 거예요.
Q6.
인턴을 하면서 기아 디자인 철학인 'Opposites United’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을 것 같아요. 당신만의 'Opposites United’는 무엇인가요?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서로 충돌하고 상호 작용하는 대립 항의 조화입니다. 대립하는 요소 없이 혼자 존재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런 면에서 ‘Opposites United’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각기 다른 반대 관점을 통합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세계, 특히 미국에서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쪽이 서로 극단적인 견해를 가진 듯해요. 자신의 견해를 극단적으로 확신하면 위험하고 격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 때 우리는 포용력을 보이며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검토하면서 반대쪽 견해도 살펴봐야만 하죠. 서로 다른 이야기, 의견, 관점을 통합하고 분석할 때 균형 잡힌 제품 전략을 도출하고 의도치 않게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삶을 개선하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디자이너와 의사 결정권자가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Opposites United’의 사고방식은 필수입니다.
Q7.
이제 프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될 텐데요. 디자인에 대한 개인적인 관점과 태도가 궁금합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한 마디로 ‘인간화’입니다. 애플 PC의 인터페이스만 하더라도 컴퓨터를 인간화한 결과물이죠. 우리는 컴퓨터 언어를 배워서 컴퓨터와 말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사람처럼 말하도록 힘써왔어요. 이런 경향은 인류가 음식을 더 잘 담을 수 있게 돌을 오목하게 깎기 시작한 이래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인간다운 환경을 디자인하려는 욕구가 있는 거죠. 저는 더블 다이아몬드 디자인 프로세스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하기 전에 ‘제대로 사용되는 디자인’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건 매우 중요해요. 디자인에 드는 시간 중 절반이 필요하죠.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한 한계 없는 미래로 나아가는 와중에 제품 제작에만 집중하지 말고 ‘왜 이것을 디자인하고 있을까?’ 근본적인 부분을 검토하는 일은 꼭 필요합니다. UI·UX 프로세스는 이런 대목에서 그 역할이 탁월하죠. 저는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로서 사용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통찰력을 반영해 삶을 개선할 전략을 세우는 걸 좋아해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통해 저는 공감하는 법을 배웠답니다. 좋은 디자인 프로세스는 우리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Q8.
이번 기아에서의 인턴 경험이 당신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기아에서 일하면서 직장 리더십과 문화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아졌어요. 공동체의 일부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죠. 혼자서 꿈을 좇는 일은 외롭잖아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어떤 느낌인지 기아에서의 인턴십 경험에서 여실히 느꼈습니다, 정말 놀라웠죠.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할 때, 내가 존중하는 사람들이 곁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느낌이란! 앞으로 저는 의미 있는 일을 찾는 노력뿐 아니라 기아에서 만난 사람처럼 서로 응원하는 동료를 찾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거예요.
Double-D
Double-D는 2012년 설립 이후 브랜딩, 패키지, 편집, 광고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다. 2021년 기아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담당해 전용 서체 및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의 태동부터 함께 고민하면서 현재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있으며, 창작자를 위한 온라인 매거진 《비애티튜드》를 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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