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Vol.9
가능성을 찾는 손의 감각
400년 전통의 양구 백토를 사용해 백자를 만드는 이인화 작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크래프트를 선보이는 류종대 작가. 두 공예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작업에 담긴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Opposites United)’을 발견해 보세요.
Cred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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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영
촬영
Salt Studio
편집
Double-D
About the Interviewees
이인화
이인화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15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국제공모전 대상,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창덕궁 규장각, 아모레퍼시픽 뮤지엄, 양구백자박물관,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 로마 교황청 등에서 작품을 영구 소장 중이다. 현재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소만에서 백자의 ‘투광성’을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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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대
류종대는 디자인 스튜디오 크레아포트의 대표로 현재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겸임 교수이자 이탈리아 A’ Design Awards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목공예와 아트 퍼니처를 전공하고, 요트 디자인 등 산업 디자인 영역에서도 활동해 왔다. 2017년 일본 ‘마루누마 아트파크Marunuma Art Park’에서 개인전을 연 것을 시작으로 3D 프린팅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크래프트digital craft’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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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Your Insight
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작가들의 재료와 기법도 다채롭게 확장 중입니다. 강원도 양구의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양구 백토를 연구해 온 이인화 작가는 변화하는 빛을 투과하는 백자의 투광성을 주제로 작업합니다. 반면, 3D 프린터로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는 류종대 작가는 공예란 영역에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각자 재료를 실험하며 자기만의 작업 세계를 일구는 두 공예 작가의 이야기에서 바로 지금, 현시대의 공예가 나아가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Q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인화
안녕하세요. 강원도 양구의 백자 작업실, 스튜디오 소만에서 백자 작업을 하는 이인화 작가입니다.
류종대
안녕하세요. 저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공예 작업을 하는 류종대 작가입니다.
이인화의 인터뷰
류종대의 인터뷰
Q2.
작업을 하며 상반된 것의 융합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인화
제 작업 자체가 상반된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백토를 1300°C의 가마에서 구우면 다이아몬드만이 갈아낼 수 있는 만큼 굉장히 단단한, 영원성을 지닌 물질이 됩니다. 그것이 백자죠. 저는 백토라는 재료로 만든 백자에 항상 변화하는 빛을 담고 싶었어요. 빛을 투과하는 백자, 빛을 담은 백자가 제 작업의 주제입니다. 영원한 물질인 백자를 만들면서 항상 변화하고 사라지는 빛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굉장히 상반된 두 가지를 융합하고 있죠.
류종대
저는 ‘디지털 크래프트Digital Craft’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3D 프린터처럼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공예와 디자인에 접목하는 건데요. 디지털 기법을 활용하며 기존의 공예 작업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된 면이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여러 작품에 사용했던 바이오 플라스틱처럼 기존 공예에서는 사용하기 힘들었던 소재를 활용해 공예의 새로운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인화의 인터뷰
류종대의 인터뷰
Q3.
재료나 기법을 뛰어넘는 공예의 궁극적 가치는 무엇일까요?
이인화
공예의 가치는 ‘생각하는 손’에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하는 손은 ‘손으로 하는 활동이 뇌와 연결돼 있다’는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의 이론입니다.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건 재료의 변화 과정을 끝까지 볼 수 있다는 의미를 지녀요. 그 과정에서 사고하는 부분도 굉장히 많아지고요.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처음에 시작한 게 완성에 이를 때까지 그 모든 과정을 바라보는 게 불가능해요. 그런 점에서 오는 소외감이 분명 존재하죠. 가장 원초적인 물질이 겪는 무수한 변화 과정을 오롯이 지켜본 후 완성된 사물을 두 손으로 접하는 경험은 경이로워요.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나아가 삶에 대해 고찰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공예의 궁극적인 가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류종대
사전적 의미로 공예는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을 손으로 만드는 행위’를 통칭해요. 우리 삶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거나, 미적 효용성을 전해주는 오브제를 만드는 행위죠. 제가 하는 디지털 크래프트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행위를 통해 우리 인간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공예의 궁극적 가치라고 생각해요.
안미영
안미영은 기자, 작가, 인터뷰어로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쓴다. 《노블레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일했고, 에세이와 여행서 등 네 권의 책을 출간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이자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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