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대는 디자인 스튜디오 크레아포트의 대표로 현재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겸임 교수이자 이탈리아 A’ Design Awards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목공예와 아트 퍼니처를 전공하고, 요트 디자인 등 산업 디자인 영역에서도 활동해 왔다. 2017년 일본 ‘마루누마 아트파크Marunuma Art Park’에서 개인전을 연 것을 시작으로 3D 프린팅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크래프트digital craft’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3D 프린팅은 기업에서 요트 디자인을 진행한 경험에서 비롯됐어요. 공예는 아날로그 요소가 많은 분야고, 요트 디자인은 디지털 제작 기법을 접하는 분야죠. 상반된 일을 함께하면서 ‘두 가지를 융합해 작업하면 기존에 접하지 못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 생겼어요. 2017년 국제교류사업으로 머물렀던 일본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 목공예와 3D 프린팅을 접목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크래프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3D 프린팅이 4차 산업 시대의 혁명적인 기술 중 하나로 꼽히면서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자판기처럼 버튼만 누르면 간편하게 결과물이 나오거나, 생각한 만큼 효용성이 높진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사용자의 활용 방식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고 효용성도 생기는 최신 도구 중 하나라는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동시대 사회문화적 특징을 반영할 수 있는 면을 잘 활용하면 공예, 디자인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디지털 크래프트 작업은 주로 3D 프린터를 사용하지만 조립과 마감, 독특한 텍스처가 필요할 경우에는 손으로 작업해요. 때로는 3D 프린팅 기법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할 때가 있고,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도 혼재하고요. 디지털 기술과 손기술을 함께 이용하는 게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어렵게 생각하고 진입 장벽도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친숙하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기와 같은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요소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게 느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원목으로 만든 상판에 다리 부분은 기와 형상으로 디자인한 〈디소반〉을 작업했죠. 이 작업이 디지털 크래프트라는 주제로 활발히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조선 목가구를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하고 3D 프린터를 이용해 구조를 보강하거나 장식적 요소를 새롭게 디자인한 〈디지털 헤리티지〉 작업도 했습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모에 당선돼 지난 3월 개최한 개인전 《Control-C / Control-V》에서도 그런 모티프를 사용했죠. 1980년대 유년 시절에 도심 한가운데 있는 기와집에서 여러 세대가 함께 살았던 경험이 있는데요. 제가 작가로 활동하며 익숙하게 사용하는 조형 언어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기능이 있는 오브제나 가구 외에도 기억 속 공간이나 개념을 재해석하는 실험도 병행했습니다.

저는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구상하는 과정을 제일 중시해요.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그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는 과정까지는 기존 공예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후 스케치를 3D 모델링으로 바꾸는 디지털 목업mock-up 작업을 하죠. 3D 프린팅을 하려면 그에 맞춰 디지털 언어를 변환해야 합니다. 그리고 테스트 제작을 통해 처음 구상했던 대로 제작되는지 확인하는데요. 보통 한 번에 되진 않아요. 여러 번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결과물을 조합하거나 수작업으로 마감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기존 방식보다 더 불편한 면도 있어요.

공예에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소재를 다루고 연구하는 과정이 포함돼요. 그래서 목공예를 하면서 금속이나 도자기 소재를 접목하거나 유리와 융합하는 작업을 계속 시도했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소재인데요. 이를 재료로 기물을 만들고 도자기나 유리 소재로 변환해 공예나 디자인 상품으로 유통하며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확인했어요. 디지털 크래프트 작업으로 어떤 물건을 만들 수 있는지, 기능성이나 작품성 측면에서 하나하나 실험하는 과정을 꾸준히 거쳐왔죠. 요즘은 나무와 바이오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최근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집중적으로 작업했어요. ‘밤껍질이나 새우 껍질을 건조해서 고체로 만들거나 식물성 소재를 이용한 생분해 소재를 DIY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 들어서 여러 가지를 실험하고 있어요.

맞아요. 처음에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굉장히 낯설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이런 소재로 만든 작품이 백화점이나 미술관의 아트숍에도 입점하면서 이제는 많이들 익숙해지신 것 같아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이렇게 생분해 소재를 사용하거나 기존에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작업도 있어요. 최근 관심을 보이는 쪽은 물건의 생애 주기입니다. 수명이 긴 물건을 만드는 것도 공예에서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태도를 지키고 싶어요. 그것이 아트 퍼니처나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공예 작품이 될 수도 있겠죠. 오브제를 만들고 설치 작업도 하면서 영역을 넘나드는 시도를 재미있게 하려고 합니다. 아직 디지털 크래프트가 생소할 수 있지만 여러 사례를 통해 머지않아 우리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도구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요.

오는 9월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참여해 전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일본 도쿄의 한국문화원에서 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