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Vol.10
도약하는 K아트의 안팎을 조망한다는 것
한국의 로컬 갤러리로서 잠재력 넘치는 한국 작가를 발굴해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해온 원앤제이 갤러리, 글로벌 메가 갤러리로서 한국에 진출한 타데우스 로팍. 이 두 곳을 이끄는 박원재 원앤제이 갤러리 대표와 황규진 타데우스 로팍 서울 총괄 디렉터의 이야기를 통해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Opposites United)’을 고민해 봅니다.
Cred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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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영
촬영
Salt Studio
편집
Double-D
About the Interviewees
박원재
박원재는 원앤제이 갤러리 대표다. 2005년 갤러리를 설립한 이래 가능성 있는 한국 작가를 세계 미술계에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2018년 스위스 ‘아트 바젤’에서 원앤제이 갤러리의 강서경 작가가 아시아 갤러리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발루아즈 예술상을 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2020년 디지털 아트 플랫폼 ‘아티팩츠Artifacts’를 설립하고 2022년 위치 기반 전시 앱 ‘아트가이드Artguide’를 론칭하며 미술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자문위원이자 한국화랑협회 국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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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진
황규진은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총괄 디렉터다. 런던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블레인서던 갤러리 런던 지점에서 근무하다 2017년 타데우스 로팍 런던 오픈과 함께 타데우스 로팍의 아시아팀 디렉터로 합류했다. 이후 아시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21년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에 맞춰 대한민국 서울로 거점을 옮겼다. 현재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다양한 기획 전시를 선보이는 동시에 로컬 갤러리와 협업해 한국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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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Your Insight
한국은 지금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수준 높은 미술 애호가와 새로운 컬렉터, 재능 있는 작가가 많을 뿐 아니라 아트 신의 움직임도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한국 작가와 함께 성장한 원앤제이 갤러리는 북촌에서 청담동으로 최근 이전하며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며 더 많은 소통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한편, 유럽에 기반을 둔 국제적인 메가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은 2년 전 아시아 거점으로 서울을 선택했습니다. 한국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최근 공간을 확장하며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이는 중입니다. 한국에서 성장한 로컬 갤러리와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갤러리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긴밀한 협업을 통해 한국 아트 신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Q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원재
안녕하세요. 원앤제이 갤러리의 박원재 대표입니다.
황규진
안녕하세요.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황규진 총괄 디렉터입니다.
박원재의 인터뷰
황규진의 인터뷰
Q2.
한국 로컬 갤러리와 한국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는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박원재
한국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는 덩치가 큰 메가 갤러리인 경우가 많아요. 갤러리에 소속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서울에 선보이는 일은 한국 미술계에도 긍정적이고, 대가의 작품을 통해 한국 작가가 얻는 영감도 크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할 기회도 많고요. 반면, 국내 갤러리는 우리 정서를 제일 잘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슈에 대해 외국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죠. 무엇보다 작가와 동일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니즈를 바로 파악하고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황규진
해외 갤러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입지를 다지고 한국으로 확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국을 기반으로 성장한 로컬 갤러리보다 지역적 특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해외에서 쌓아온 국제적인 경험이나 노하우를 한국에 새롭게 적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3.
각자 상반된 역할을 맡으면서 한국 미술계에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박원재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은 메가 갤러리가 한국에 진출하며 로컬 갤러리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어요. 지금처럼 동시대 미술을 중시하는 시대에는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민감하지 않으면 작가와의 소통이 원활할 수 없고, 집중하는 영역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원앤제이 갤러리의 해외 지사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한국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해외 지사를 내고 현지에서 네트워킹까지 챙기는 건 힘들다고 봐요. 저희는 오히려 메가 갤러리와 협업해서 해외에 진출하는 기회를 모색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황규진
타데우스 로팍 서울을 오픈하면서 한국 작가 발굴을 중요한 목표로 삼았어요. 제가 오랫동안 해외에 머물렀기 때문에 한국 미술계와 작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는데요. 로컬 갤러리와 한국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1월 한국 작가로 구성한 그룹전을 개최했고, 저희 갤러리와 뜻이 맞는 분들을 소속 작가로 영입했어요. 한국 로컬 갤러리와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맺어온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저희의 유럽 지점에서 작업을 홍보하는 기회가 생길 텐데요. 이런 부분이야말로 해외 메가 갤러리와 한국 로컬 갤러리가 함께 시너지를 내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원재의 인터뷰
황규진의 인터뷰
Q4.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한국 작가, 한국 시장에 소개하는 해외 작가라는 이분법을 뛰어넘어 미술 애호가가 공감하는 작품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박원재
중요한 건 결국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지극히 개인적인 점이 때로는 지극히 보편적일 수 있습니다. 지금 저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미나 작가는 ‘집’이라는 주제로 작업하는데요. 집을 바라보는 관점과 집이 가지는 의미 등이 모두 작품에 담겨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정체성에 관한 이슈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마다 고유한 색깔이 있고 작가의 메시지도 다양하기 때문에 관람객은 그 안에서 자신이 공감하는 스토리를 찾아낼 수 있답니다.
황규진
작품은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한 결과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작업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면 작가의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저희 갤러리의 전속 작가가 된 제이디 차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은 런던에서 활동하는 교포 작가예요. 그런데 작품의 주제는 민속, 설화, 샤머니즘 등 굉장히 한국적이죠.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제삼자 입장에서 한국의 설화를 다루는 건 작가에게도 굉장한 도전이었을 텐데요. 작업에 대한 진심과 의도를 전달하면서 한국과 해외 관객 모두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장면을 목격했어요. 작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감동을 전하는 것 같아요. 미술 애호가는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작품을 보고 공부했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 매체가 다르더라도 작가의 의도를 금방 파악하고 느끼더군요.
안미영
기자, 작가, 인터뷰어로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쓴다. 《노블레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일했고 에세이와 여행서 등 네 권의 책을 출간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이자 카피라이터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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