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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rtist
2010년대 한국 건축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고 있는 김찬중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에서 수학하였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의 한울건축, 보스턴의 KSWA 등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귀국 후 현재까지 경희대 건축대학원의 설계 전공 초빙 교수로 재직하면서 더_시스템랩 건축사무소 대표로 활동 중이다. 2006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대표 건축가로 초청됐고, 같은 해 중국 베이징 국제 건축 비엔날레에서 ‘주목받는 아시아의 젊은 건축가 6인’에 선정됐다. 그의 작업은 영국 《아키텍처럴 리뷰》, 이탈리아 《도무스》와 《아비타레》, 스페인 《까사 미카》, 네덜란드 《마크》 등 국제적인 저널에서 다양하게 소개했다. 산업과 기술의 시스템적 결합을 특징으로 하는 김찬중의 건축은 새로운 소재 개발과 과감한 적용, 산업계와 맺는 전방위적 협업, 기존 건축 생산 방식과 차별화하는 전략적 사고가 특징이다. 모듈과 유닛에 대한 실험, 다양한 방식의 맞춤형 건축, 프리패브리케이션과 같은 생산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 고민과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는 건축 설계 서비스 등 현실적인 과제뿐 아니라 건축을 통한 마을 만들기와 생태계 구축처럼 공공적 가치에도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상암동 JTBC 빌딩, 삼진제약 마곡 연구센터, 마곡 서울식물원 온실,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 하나은행 삼성동 PLACE 1, KH바텍 사옥, 한남동 핸즈코퍼레이션 사옥, 구름에 리조트 등이 있다.
올해는 김찬중 건축가가 이끄는 더시스템랩의 창립 10주년이다. 지난 10년은 건축계와 대중에게 김찬중 건축의 특징을 이해시키는 과정이었다. 더불어 그가 입증하려고 노력했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설득하는 데 걸린 시간의 마디였을 것이다. 그를 만나기 전 궁금한 점을 짚어 봤다.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기술적인 성취, 건축 디자인이 갖는 미적 특질,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외관에 대한 경탄 섞인 질문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보다는 물질 문화를 집약한 지금의 건축을 주도하고 생산하는 건축가가 마주한 딜레마와 미래 건축에 대한 진단을 묻고 싶었다.
더시스템랩은 요즘 힙한 성수동 한가운데에 있다. 자신이 설계한 우란문화재단 건물에 입주한 사무소는 이미 ‘연구실(lab)’의 위상과 규모를 넘은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유지하는 담백하고 캐주얼한 면모는 상투적인 스타 건축가의 모습을 슬쩍 빗겨 나갔다. “건축은 가장 오래되고 레거시legacy가 강한 산업이에요” 그의 이런 표현에는 건축 역사에 대한 존중과 함께 오랜 시간 존속한 영역이 갖는 완고함과 경직성에 대한 일침이 공존한다. 건축가의 일을 예술로 표현하지 않고, 산업이라고 표현한 것 역시 곱씹어볼 만하다. 작가주의 건축, 영웅주의 건축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이 냉정함은 결코 건축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맥락에서 유연하게 확장하고 과감히 수축할 필요가 있는 동시대 건축에 대한 관점과 태도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세속적인 건축에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무게감을 덜어내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물리적 기능과 정서적 감응을 제공하는 말랑한 건축 말이다.
그와의 대화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공예와 산업 디자인, 사람과 도시 인프라, 사회적 제도와 법령, 물질 문화 사이에서 유동하는 건축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이런 토대 위에서 ‘새로고침’ 해야 할 건축 문화를 총체적으로 고민한다. 상대적으로 빠른 판단 아래 변동을 수용하는 산업 디자인의 분야적 특징을 참고하려는 마음가짐은 옴싹달싹하기 힘든 보수적인 건축을 온전히 다른 시선으로 쪼개고, 비워내며 이질적인 것과 융합하려는 준비 과정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디자인, 기념비적인 건물, 자연을 통제하려는 욕망,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생태적으로 안전한 실천이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이런 딜레마는 사실 건축뿐 아니라 모든 창작 분야에서 나타난다. 게다가 큰 자본을 투입하는 대형 건축물은 물리적인 유지와 복구, 파괴에 관한 복합적인 고민까지 안고 있다. 앞으로 더욱 정확한 예견과 지속가능한 솔루션에 대한 궁리,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그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건축의 스펙트럼은 점점 더 확장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건축은 스마트폰에 압축하며 나타난 디지털 기술의 특성을 수용하고, 자유롭게 달리다 어디든 정박할 수 있는 캠핑카의 일시적 정주성을 지니며, 아무것도 짓지 않아서 동시에 무엇으로든 바뀔 수 있는 빈 공장의 유연함을 지지한다. 그 무엇도 정해진 것은 없다. 건축가의 독창적 제안과 현실적 실천을 ‘작품’, ‘제품’이 아닌 ‘프로젝트’로 칭하는 데에서 건축적 사고의 핵심은 곧 내일을 투영하는 일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건축이 머잖아 과거의 유산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건축가의 시계는 이곳에서 내일을 내다보고, 내일 존재할 건축의 과거를 회고하며 작동한다. 변화하는 시간과 기술, 제도와 환경을 관통하며 건축적 사건을 매개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글
조주리
현대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독립기획자이자 연구자. 심리학, 미술사, 디자인 문화역사, 문화정책 등 다양한 학제적 연구 배경을 갖고 있다. 연구 기반의 전시 만들기와 비평적 글쓰기에 집중하며, 미술을 통한 지식 생산과 창의적 협업의 방법론을 실천 중이다. 주요 기획 전시로는 《나의 잠》(2022) 《트리플 링; 복각본들, 어제 글피로부터》(2021), 《화이트 랩소디》(2020), 《끈질기게 끈질긴》(2019), 《베틀, 배틀》(2018), 《동백꽃 밀푀유》(2016), 《리서치, 리:리서치》(2016) 등이 있으며, 그 외 다수의 국제 교류전과 공공 기획에 참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