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the Interviewees
차진엽
차진엽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학부 과정을 마치고 영국 런던 컨템포러리 댄스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따며 현대무용을 공부했다. 이후 영국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 네덜란드 갈릴리Galili, 한국의 LDP 무용단 등 국내외 무용 신scene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1년 한국무용협회 주최 〈젊은 안무가 창작공연〉에서 ‘최우수 안무가상’을 시작으로 한국 무용계에서 안무가로 자리매김하였으며,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으로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 안무 감독을 맡았다. 현재 2012년 창단한 아티스트 그룹 ‘콜렉티브 에이Collective A’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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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김주원은 선화예술중학교에 다니다가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볼쇼이 발레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1998년 국립발레단 〈해적〉으로 데뷔 후, 15년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했다. 2000년 한국발레협회 신인상, 2001년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여자부 동상, 2004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으로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무용계 최고의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리나로 인정 받았다. 2012년 국립발레단을 떠난 후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무용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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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Your Insight
여기 춤이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담는 춤, 시대를 초월해 지금 여기 있는 춤, 과정이 결과가 되는 춤, 결과가 과정이 되는 춤, 삶이 춤이 되는 춤, 춤이 곧 사람이 되는 춤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 이런 춤을 추는 사람이 있습니다. 현대무용가 차진엽, 발레리나 김주원이 그 주인공입니다. 서로 다른 춤을 추는 듯 보이는 이들은 사실 같은 춤을 추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쌓아 몸을 만들고, 몸을 쌓아 춤을 만들기 때문일 수도, 아니면 몸으로 생각하고 몸으로 말하기 때문일지도요. 또, 그들의 삶이 춤과 지극히 닿아 있기에 그런지도요. 우리는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들처럼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러 갑니다. 시간을 대하는 몸의 태도들을 만나러 말이지요.
Q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차진엽
안녕하세요, 저는 현대무용가 차진엽입니다.
김주원
안녕하세요. 발레리나 김주원입니다.
Q2.
‘지금, 자신의 춤’에서 공존 혹은 충돌하는 상반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차진엽
지금 문득 떠오르는 건, 일상에서 충돌하는 ‘과거의 습관’과 ‘지금의 몸’이에요. 멋있지 않은 대답일 수 있는데, 이전에 술을 마셨던 습성과 주량이 있잖아요. 이만큼 마실 수 있고, 버틸 수 있었던 습관들. 그런데 지금의 노화된 몸과 간은 해독 능력이 떨어져 이전처럼 버틸 수 없거든요. 그런데 몸은 옛 습성을 기억하고 자꾸 저를 부추겨요. 다음날 너무 괴롭고 후회가 되죠. (웃음) 몸을 움직일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지금의 몸에 맞는 움직임을 찾아야지’ 하면서도 관성처럼 이전의 움직임이 나와요. 하지만 예전처럼 유려한 동작이 나오긴 쉽지 않죠. 과거의 습관을 깨고 변화하면서 지금에 맞는 상태로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게 요새 저의 고민인 것 같아요.
김주원
춤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면, 중력을 이겨내고 무시하고 싶은 욕망에서 발레라는 예술과 토슈즈toe shoes가 만들어졌어요. 춤을 잘 추려면 바닥에 발을 잘 딛고, 발끝으로 잘 서 있어야 해요. 애초부터 저는 이런 모순 속에서 발레라는 춤을 추고 있는 거죠. 또, 클래식 발레는 고전이잖아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랜 시간 똑같이 지켜오고 있는 오래된 것들. 그런데 저는 2022년에 사는 발레리나고요. 몇백 년 전에 추던 작품을 이 시대 사람의 감각에 맞게 춤을 춰야 하는, 지금을 사는 발레리나 말이죠. 저는 오늘의 클래식을 추고 있어요.
Q3.
이런 이질적인 요소의 공존과 충돌에서 무엇이 탄생하고 또 사라질까요?
차진엽
탄생일지 사라짐일지 모르겠지만, 전에는 실제적이고 눈에 보이는 몸에서 고민하고 발견했다면, 이젠 보이지 않는 몸 안의 내부 세계에 관심을 두고 찾게 돼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기보다, 이미 갖고 있고, 존재하고 있었는데 들여다보지 않아 몰랐던 것을 발견한다고나 할까요. 최근에 작업했던 〈원형하는 몸: round2〉에서도 제 몸속을 들여다보면서, 아미노산과 세포와 같은 이 미세하고 작은 존재들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어요. 자꾸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먼 우주가 내 몸 안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주 먼 곳과 연결된 것 같았어요. 이미 내 안에 있고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크더라고요. 더 깊은 곳으로의 탐험이 점점 더 흥미로워요.
김주원
무수히 많은 것들이요. 춤을 사랑한다, 증오한다, 이런 감정이 언제나 제 안에 있어요. 저 자신을 거울로 볼 때, ‘35년이나 춤을 추고 있는데 왜 이거밖에 안 되지?’, ‘왜 이런 몸을 가지고 있을까?’, ‘왜 나는 이렇게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동시에 춤을 추는 저를 너무도 사랑해요. (웃음) 쉬지 않고 그런 부딪힘이 제 안에 있어요. 토슈즈가 너무 아름다워 사랑에 빠졌지만, 토슈즈 때문에 제 몸은 엉망이 됐어요. 모순덩어리죠. (웃음) 그런 과정을 수없이 거치면서 지금의 춤을 추고 있는 제가 있는 것 같아요.
글
김연임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이 있다. 기획자, 편집자, 교육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계간 《inter:VIEW》, 웹진 《춤:in》 편집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