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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데우스 로팍 서울 황규진 총괄 디렉터
K아트와 동행하는 글로벌 갤러리
세계 미술시장이 한국을 주목하자 서울에 지점을 여는 글로벌 메가 갤러리가 늘고 있다. 2021년 10월 한남동에 개관한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유럽의 명문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의 아시아 첫 지점이다. 타데우스 로팍은 1983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시작해 오픈 초기부터 장미셸 바스키아, 요셉 보이스, 앤디 워홀의 작품을 소개했고 이후 파리와 런던에도 지점을 오픈하며 유럽을 기반으로 세계 미술시장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황규진 총괄 디렉터는 갤러리가 본격적으로 아시아팀을 만들기 시작할 무렵 런던에서 합류해 현재 서울 지점을 이끌며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작가 관리, 고객 관리, 세일즈, 아트페어 등을 담당하는 갤러리스트의 업무가 이제는 경영으로까지 확장됐고, 한국 미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기에 한국으로 근무지를 옮기며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글로벌 메가 갤러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 미술계와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Cred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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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미영
촬영
Salt Studio
편집
Double-D
About the Interviewee
황규진은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총괄 디렉터다. 런던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블레인서던 갤러리 런던 지점에서 근무하다 2017년 타데우스 로팍 런던 오픈과 함께 타데우스 로팍의 아시아팀 디렉터로 합류했다. 이후 아시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21년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에 맞춰 대한민국 서울로 거점을 옮겼다. 현재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다양한 기획 전시를 선보이는 동시에 로컬 갤러리와 협업해 한국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다.
Q1.
타데우스 로팍은 2년 전 아시아 첫 지점을 서울에 열었습니다. 당시 한국 미술시장에서 어떤 가능성을 확인하고 서울 진출을 결심했는지 궁금합니다.
갤러리의 설립자인 타데우스 로팍 대표님은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와 비전을 가지고 있었어요. 아시아에서 홍콩은 시장 위주고, 중국은 작가와 미술관, 시장이 함께 있지만 검열이라는 큰 걸림돌이 존재합니다. 반면, 한국은 오래된 미술 애호가들이 있고, 국공립 미술관부터 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 기타 사립 미술관까지 미술관이 다양하게 활성화됐습니다. 게다가 미술 대학도 많기 때문에 좋은 작가들이 계속 활동하는 곳이죠. 저희는 이런 조건들이 커다란 시너지를 낼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Q2.
개관전으로 게오르그 바젤리츠 개인전을 선보인 게 인상적이었어요. 한국 관람객과 컬렉터를 직접 만나며 처음에 기대한 부분을 어떻게 체감하고 계시나요?
작품 판매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국에서 제대로 된 전시를 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넓은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첫 전시로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인 게오르그 바젤리츠 개인전을 열었죠. 지난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전시를 연 적이 있는데요. 타데우스 로팍이 처음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전시였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서울에 공간을 마련하고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를 개관전에 담았죠.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반기셨어요. 이후 알렉스 카츠, 안젤름 키퍼,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한국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운 대가의 기획전을 여니까 많게는 주말 방문객이 800명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주요 전시의 도록을 국문으로 출판하는 등 현지화에 쏟는 노력을 미술 애호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Q3.
이름만으로 설레는 유명 작가뿐 아니라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작가를 소개했고, 올해 초에는 한국 작가 기획전도 선보였어요.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전시는 어떤 방향을 추구하나요?
첫 1년은 저희 갤러리를 대표하는 거장에게 집중했고, 그다음 해에는 마르타 융비르트, 코리 아크앤젤 등 유럽 현지에서 유명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낯선 작가들을 알리는 전시를 기획했어요. 세일즈 측면에서는 유리하지 않아도 이 또한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이 중시하는 또 다른 미션은 한국 로컬 작가를 해외에 알리는 일이에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작가와의 호흡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오픈 후 많은 작가를 지속적으로 만났습니다.
Q4.
그런 과정을 통해 지난 1월 첫 번째 한국 작가 기획전 《지금 우리의 신화》를 열었습니다. 유럽 갤러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한국 정서를 조화롭게 융합하는 일이 중요했을 텐데요. 한국 작가를 발굴할 때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셨나요?
저희에게 한국의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원앤제이 갤러리처럼 한국 작가에 대한 정보가 풍부한 로컬 갤러리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어요. 작업실 40여 곳을 방문하며 좋은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중 정희민, 한선우, 제이디 차, 이렇게 세 분을 묶어 여성작가 3인전을 열었죠. 작가 선정에 제한을 두지 않고, 큰 주제 안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지속성을 확인하며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고려했습니다. 해당 전시는 관람객의 반응이 참 좋았어요. 애호가뿐 아니라 학생을 포함해 다양한 분이 전시에 오셔서 관객층이 넓어지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우리 전통문화에서 영감받은 한국적인 작품도 있었는데, 작가의 이야기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니까 해외 분들도 충분히 공감하시더군요. 앞으로도 한국 작가, 나아가서는 아시아 작가의 그룹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생각입니다.
Q5.
타데우스 로팍은 전속 작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갤러리로 유명합니다.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개관 40주년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 70여 명의 면면을 보면 놀라울 따름인데요. 오랜 세월 작가와 두텁게 쌓은 신뢰는 어떻게 형성된 걸까요?
작가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타데우스 로팍의 철학이에요. 처음부터 신중하게 전속 작가를 결정하고, 그다음부터는 오랫동안 함께합니다. 지난 40년 동안 관계를 끊은 작가가 단 한 명도 없어요. 지난 2007년 한국의 이불 작가가 저희 전속이 되셨는데, 서울 지점을 열었을 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타데우스 로팍은 상업 갤러리지만, 오히려 미술관보다 작가의 꿈을 더 적극적으로 실현한다.” 어떤 작품이 잘 팔린다고 비슷한 작업을 계속 요청하지 않고 작가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도록 독려하는 면이 타데우스 로팍과 작가가 오랫동안 함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지난 1월 전시 이후, 3월에는 제이디 차, 9월에는 정희민 작가가 타데우스 로팍 소속이 되었습니다.
Q6.
세계 미술시장과 비교할 때 한국 미술시장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변화와 발전이 빨라요. 그래서 미술시장도 순식간에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점을 굉장히 흥미롭게 바라보죠. 개인적으로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중요한 계기로 단색화를 꼽는데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국제갤러리 주최로 열린 《단색화Dansaekhwa》 전시를 세계 미술계의 유력 인사와 컬렉터가 관람하고 주목하는 광경을 목격하며 단색화 작가를 세계 무대에 알린 한국 갤러리의 역할이 정말 놀랍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이후 많은 한국 작가가 해외 갤러리의 러브콜을 받았고, 해외 전시를 통해 활동 영역이 글로벌하게 넓어졌습니다.
Q7.
해외에서 K콘텐츠가 인기라는데 미술 분야는 어떤가요? K아트의 위상이 궁금합니다.
요즘은 정말 대단해요. 글로벌 갤러리가 서울에 지점을 계속 내고 있고, 지난해 프리즈 서울이 열리면서 서울에 오고 싶다는 관계자도 많아졌어요.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한국 작가 작업실 방문 요청을 많이 합니다. 저희 소속 작가 중에도 서울 지점에서 전시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현상을 오래 유지하려면 로컬 갤러리와 해외 갤러리가 균형을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해외 갤러리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작가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탁월한 역량을 지녔지만, 아직 경력이 부족한 신진 작가를 인큐베이팅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이런 면에서 로컬 갤러리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겠죠.
Q8.
타데우스 로팍은 한국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어요.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에서 무척 중요하지만, 과열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요. 아트페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020년 팬데믹으로 전 세계 아트페어가 대부분 취소되던 와중에 아트부산은 정상적으로 개최했어요. 그때 저희 갤러리가 참가해 좋은 성과를 거뒀죠. 아트에 대한 한국의 뜨거운 열기를 체감했고, 서울 지점을 준비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어요. 한동안 과열됐던 미술시장이 지금은 조금 식었다고 느끼는데요. 미술시장은 잘 되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가 공존해요. 거품이 어느 정도 빠질 때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시기이고, 갤러리가 아트페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페어의 특징에 알맞게 부스를 잘 준비하며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거나 좋은 작가를 초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Q9.
다이내믹한 미술 시장에서 작가가 안정적인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갤러리의 역할인데요. 타데우스 로팍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미술관과 시장 양쪽에서 조화롭게 경력을 쌓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러기엔 쉽지 않은 게 사실이죠. 그래서 젊은 작가에게는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미술관 경력을 쌓는 걸 추천해요. 미술 시장의 변동성은 큰 편인데요. 외부 상황에 따라 시장에서 핫한 작가도 순식간에 잊힐 수 있습니다. 작업이 신선하고, 가격에 대한 접근성이 좋으면 초반에 굉장히 잘 팔릴 수도 있는데요. 이럴 때야말로 갤러리 역할이 중요합니다. 미술관이 소장하도록 돕거나, 한 작품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컬렉터에게 우선적으로 제안하며 이미지가 지나치게 소모되는 상황을 관리하는 거죠. 저희는 단기간의 커리어가 아니라 소속 작가 평생의 커리어를 함께하고 싶거든요. 더불어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적을 때는 작가들이 슬럼프를 겪을 수 있는데요. 그 기간을 잘 버티면서 커리어가 끊기지 않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갤러리 전시나 미술관 프로모션을 지원하는 일도 필요해요.
Q10.
오픈 2년 만에 갤러리 공간을 확장했습니다. 확장 이후 첫 전시에서 타데우스 로팍을 대표하는 도널드 저드와 요셉 보이스를 소개하는 게 눈에 띄는데요. 앞으로 남은 올해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의 개최 시기에 맞춰 동시대 다른 대륙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요셉 보이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개념미술 작가이고, 도널드 저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미니멀리즘 작가죠. 공간 확장 후 첫 전시인 데다 국제적인 아트페어가 열리는 중요한 시기라서 재단 측에서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작품도 많이 가지고 왔어요. 10월 말까지 두 작가의 전시를 진행하고, 이어서 이탈리아 작가 에밀리오 베도바의 전시가 예정돼 있습니다.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굉장히 존경했던 스승이며, 유럽에서 중요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분이에요. 이번 서울 전시를 통해 제대로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글
안미영
기자, 작가, 인터뷰어로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쓴다. 《노블레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일했고 에세이와 여행서 등 네 권의 책을 출간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이자 카피라이터로 활동한다.
원앤제이 갤러리 박원재 대표의 인터뷰를 보시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