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을 넘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
Beyond Prejudice: Advancing Toward a World of Infinite Possibilities — Nana Youngrong Kim, Drag Artist
‘여장남자’로 치부되며 소수의 인원이 향유하던 한국의 드랙 문화가 새로운 흐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드랙 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카테고리가 등장하며 드랙 아티스트는 다양한 장르로 확장을 시도 중입니다. 이런 새로운 지형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입니다. 드랙 아티스트로서 나나영롱킴은 표현의 자유로움과 장르의 다양성을 소화하며 자신의 신념을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드랙이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행위’라는 믿음입니다. 드랙 문화는 세상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자유를 부여하는 매개와도 같습니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은 나나영롱킴을 만나 드랙을 둘러싼 고정관념을 바꾸고, 우리 시대를 더욱더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으로서 드랙 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그의 관점과 태도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Korea’s drag culture, once considered “cross-dressing” and enjoyed by just a small group of people, is now entering a new phase. Today, different definitions and categories of drag culture are emerging, and drag artists are expanding into a variety of genres. One name on this new cultural map is Nana Youngrong Kim, one of Korea’s leading drag artists. As a drag artist, Kim embraces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diversity of genres, direct proof of his belief that drag is the act of being able to be absolutely anything. Drag culture is a liberating medium in that it can help anyone in the world move forward in the direction of their choice. Kia Design Magazine met up with Kim and listened to his perspective and attitude to change many of the stereotypes surrounding drag and highlight the infinite possibilities of drag culture as a driving force to enrich our times.
About the Artist
나나영롱킴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드랙 아티스트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배우의 길을 모색했지만, 남녀의 고정된 성역할과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관습적 연기에서 한계를 느끼던 그는 우연히 드랙 아티스트를 조명한 영화 〈프리실라〉와 〈헤드윅〉을 접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드랙 아티스트의 화려한 의상과 소품에 마음을 빼앗기며 드랙 문화에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기존의 클럽 무대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 예술 장르에 도전하며 ‘성소수자들만의 문화’라는 드랙의 선입견을 허무는 데 지속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마마무, 박효신, 유노윤호 등 다양한 K팝 아티스트와 협업했고, 럭셔리 브랜드 베르사체, 모스키노, 로에베, 루이 비통 등의 러브콜을 받았으며, 코스메틱 브랜드 헤라HERA의 캠페인 모델로 활동하며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발매했다. 그는 드랙을 주제로 한 개인 다큐멘터리 〈NA, NA〉를 제작하고, 한국 드랙 아티스트로는 유례없이 사진전을 여는 등 드랙 문화의 확장성을 계속 증명하는 중이다.
Nana Youngrong Kim is one of Korea’s most recognized drag artists today. Kim studied theater and film in university to pursue a career as an actor but felt limited by conventional acting, which is dominated by fixed gender roles and romance stories between men and women. After stumbling upon The Adventures of Priscilla, Queen of the Desert and Hedwig and The Angry Inch, which shed light on drag artists, he was fascinated by the colorful costumes and props of the drag artists in the films and immediately fell in love with drag culture. In the 18 years since then, he has continued to play a role in breaking down the prejudices about drag as a queer culture by venturing beyond the traditional club stage and into various genres of arts and culture. Over that same time, he has collaborated with a wide array of K-pop artists, including Brown Eyed Girls, Mamamoo, Park Hyo Shin, and U-Know Yunho. He has also been approached by luxury brands such as Versace, Moschino, Loewe, and Louis Vuitton. HERA, a Korean cosmetics brand, chose him as a campaign model and released several collaborative products. Most recently, he has continued to prove the expansiveness of drag culture by producing a personal documentary on the subject of drag, NA, NA, and holding a photo exhibition, which was unprecedented for a Korean drag artist.
‘드랙drag’은 사회가 부여한 정의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모습과 행위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문화를 일컫는다. 우리가 어림잡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서 깊은 역사를 갖는데, 드랙의 어원을 설명하기 위해서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희곡을 쓰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다. 여성이 무대에 서지 못하던 당시에는 남성이 극 중 여성의 역할을 연기했는데, 이때 남성이 입은 거대한 드레스 자락이 ‘끌린다(drag)’라고 말했던 것에서 따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1930년대 이후 드랙은 LGBTQ+ 문화와 결합한다. 그때부터 시스젠더 게이 남성이 화려한 메이크업과 의상을 통해 ‘여성성’을 부각하는 드랙퀸을 선보이며 드랙 문화를 이끌어 왔지만, 시간이 흐르며 오늘날 드랙의 양상은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으며, 아티스트마다 드랙에 대해 내리는 정의 또한 다양하다.
“Drag” refers to a culture where people are free to look and act the way they want to, without being bound by socially imposed definitions. In fact, it actually has a much longer history than most people assume. To explain the etymology of drag dates all the way back to Shakespeare’s time, when he was writing plays. At a time when women weren’t allowed on stage, men played the roles of women in his plays, and it’s believed that the hems of the huge dresses they wore dragged and became the source of the word “drag.” Since the 1930s, drag has become intertwined with LGBTQ+ culture, with cisgender gay men leading the way while they show themselves off as drag queens by emphasizing their “femininity” through colorful makeup and costumes. Over time, however, aspects of drag have become increasingly diverse, with different artists defining the concept differently.
드랙을 둘러싼 여러 해석과 시도의 기저에 깔린 것은 드랙이 지닌 예술성이다. 드랙은 표현력과 창의성을 동원한 움직임을 통해 성규범에 따라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통합하고, 금기를 깨면서, 공연 예술의 저변을 넓혀 왔다. 무대에서 시작한 담론을 예술적 창조 행위로 성장시킨 드랙 문화는 예술의 적통으로 여겨지는 미술기관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구축 중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동시대 미술관인 휘트니 미술관이 역량 있는 신진 작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지난 2017년 ‘퍼피스 퍼피스Puppies Puppies’는 자유의 여신상 의상을 입고 대중 앞에 서는 드랙 퍼포먼스, 〈Liberty〉를 선보이고, 세계적인 공공미술 기관인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가 2018년 기획전 《DRAG: Self-portraits and Body Politics》을 통해 저항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서의 드랙의 의미를 살펴본 것은 드랙이란 시류를 다루는 다양한 예일 것이다.
Underlying the many interpretations and attempts to define drag is its artistry. Through movements that mobilize expressive power and creativity, drag has unified social roles assigned by gender norms, broken taboos, and pushed the boundaries of performance art. Drag culture grew a discourse on stage to an artistic act of creation, and now it’s establishing its own realm even in art institutions that are considered to be legitimate exhibitors of art. In 2017,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a leading contemporary museum in the U.S., presented Liberty, a drag performance in which the contemporary artist Puppies Puppies dressed up as the Statue of Liberty, as part of the Whitney Biennial, where talented emerging artists take center stage. A year later, the Hayward Gallery in London, a global public art institution, explored the meaning of drag as a political tool for resistance through the 2018 exhibition DRAG: Self-portraits and Body Politics. These represent just two examples of how the trend of drag is gaining more attention.
우리 문화 속에서도 드랙은 꽤 양감 있는 역사를 가진다. 나나영롱킴이 드랙 공연을 펼치는 ‘트랜스’는 오픈 30주년이 다 돼간다. 그런데도 드랙 하면 최근에 생긴 재미있는 문화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랙 문화가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떠오른 지 6~7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나영롱킴이 올해로 18년 차 드랙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밝힐 때마다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나이를 되묻는 상황이 종종 발생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드랙을 이제 막 태동기를 지난 문화로 간주하기 일쑤다. 18년 전부터 드랙 아티스트로 활동했다는 말은 곧 지금처럼 빛을 보기까지 10년 넘는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다는 뜻이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나영롱킴은 드랙 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더 많은 사람과 향유하기 위해서 어떤 행보를 보였을까.
Even in Korean culture, drag has a relatively long history. The drag queen club Trance, where Nana Youngrong Kim currently performs in drag, is approaching its 30th anniversary today. Still, most people think of drag as a “fun part of the culture” that emerged only recently. That’s because it’s only been about six or seven years since drag culture surfaced meaningfully in Korean society. So much so, in fact, that when Kim reveals that he’s been a drag artist for 18 years, people are often surprised and ask him how old he is; many people in Korean society tend to think of drag as something that just recently emerged. Yet Kim has been a drag artist for 18 years, which means he has had to wait over a decade to win recognition for what he’s been doing all along. Over the years, what has Kim done to dispel prejudices about drag culture and enjoy it with a broader audience?
“초창기에는 ‘나나영롱킴. 댄서, 싱어, 퍼포먼서’라고 적은 명함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파티가 열리면 불러달라고 말했어요. 드랙쇼 클럽에 고정으로 나가 공연을 하는 방법이 가장 쉬웠지만 이 재미있는 드랙쇼를 우리만 즐기긴 싫었어요. 어떻게든 외부에 알리고 싶었죠.
지금 보면 패기가 넘쳤어요.”
—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In the early days, I would go around with business cards that said “Nana Youngrong Kim. Dancer, singer, performer,” and tell people to call me if they had a party. The easiest way to work was to perform regularly at drag show clubs, but I didn’t want to keep this fun drag show to ourselves. I wanted to get it out there somehow. Looking back on it now, I was very ambitious.”
— Nana Youngrong Kim, Drag Artist
당시 드랙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고,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도 없던 시절이었다. 낯선 이에게 드랙 문화를 알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명함 뿌리기라니,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시도다. 하지만 패기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었다. 드랙은 화장과 의상, 액세서리 등을 통해서 매력적인 시각 이미지를 전달하는 게 아주 중요한 행위 예술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연에 설 수 있을 만큼 꾸미기 위해서는 드랙으로 번 돈 중 절반을 다시 드랙을 준비하는 데 써야 했다. 한 달에 서너 번 있는 공연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드랙을 지속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나나영롱킴은 생활을 영위하는 일부터 해결하면서 돈을 모아야겠다고 결론 내리고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전업 직장인으로 생활한 지 3년 정도 되었을 무렵, 나나영롱킴은 온라인에서 드랙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미국의 유명 드랙 서바이벌 프로그램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RuPaul’s Drag Race〉 시즌 8에 ‘김치’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한국계 미국인이 Top 3에 들면서 한국에서 화제를 모은 것이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드랙 아티스트 김치의 활약은 나나영롱킴에게 다른 자극으로 다가왔다. 드랙 아티스트로의 복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야근을 마치고 우연히 회사 책상 모니터에 비친 자기 모습을 마주하면서, 자기가 소망하는 자리는 사무실 책상이 아니라 무대라는 결론을 얻는다. 그는 그날로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드랙 신에서 활동을 재개한다.
At the time, very few people knew anything about drag, and there were no smartphones or social media. The best way to introduce strangers to drag culture was by handing out business cards! It was an impossible endeavor if Kim didn’t have the confidence and love for what he was doing. However, ambition alone was not enough. Drag is a performance art that relies heavily on conveying attractive visual images through makeup, costumes, and accessories. In order to make sure he looked good enough—from head to toe—to perform, he had to spend half of the money he made from drag performances just to get ready for the next one. With three to four performances a month, it was impossible to keep up with drag art while also paying the bills. Eventually, Nana Youngrong Kim decided that he needed to save money, and so got a day job to make a living and stopped performing.
Kim had been working full-time for about three years when he saw some online chatter about a drag artist. A Korean-American named Kim Chi, who appeared on season 8 of the famous American drag reality show RuPaul’s Drag Race, made waves in Korea when she placed in the top three. The public’s curiosity about the drag artist sparked a different motivation for Nana Youngrong Kim. It made him think about returning to drag art. One day, after working overtime, he stumbled upon his reflection on the monitor at the office and realized that the place he wanted to be was not at his office desk but on the stage. He quit his job that same day and resumed his activities in the drag scene.
나나영롱킴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드랙 아티스트로서 대중과 호흡하는 데 성공한다. 초창기에 비해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소셜 미디어의 역할에 주목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많은 사람이 소셜 미디어에 익숙해지면서 이제 모두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누구나 원한다면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업로드하며 수많은 사람에게 송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나나영롱킴을 비롯한 드랙 아티스트가 자신의 가능성을 아낌없이 표현하며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계기로 기능했다. 그런데 정말 소셜 미디어가 모든 것을 바꾼 걸까?
Kim succeeded in establishing himself relatively quickly and connecting with the public as a drag artist. Why did it play out so differently than in his early days? The short answer is social media. With the ubiquity of smartphones and everyone’s familiarity with social media, it’s become a time when everyone can reveal themselves for who they really are. Anyone can take a photo or video of themselves, upload it, and send it out to a massive audience if they want to. That has allowed drag artists like Kim to capture the public’s attention while also freely expressing their potential. But has social media really changed everything?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삶을, 자기 인생을 살잖아요. 자기가 주인공이면 화려해도 되지 않을까.
새드보다는 해피엔딩, 안 그래요?”
—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
(헤라 2021 ‘I AM CAMPAIGN’ 중에서)“Everyone lives their life, their own life, and if you’re the main character in it, you can be glamorous. It’s a happy ending, not a sad one, right?”
— Nana Youngrong Kim, Drag Artist
(from HERA 2021 “I AM CAMPAIGN”)
코스메틱 브랜드 헤라의 ‘I AM CAMPAIGN’ 영상에서 나나영롱킴은 우리 모두가 자신을 위해 각자의 삶을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길 제안한다. 커머셜 광고의 문법 안에서 던지는 문안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대중이 그를 바라보며 무엇을 기대하고 충족할 수 있는지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평소 모습에서 벗어나 여성성과 남성성 모두를 탐험하고 실험하는 드랙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교란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싶지만, 사회의 시선이 두려워 선뜻 실행하지 못한 많은 이에게 해방감과 통쾌함을 선사하는 매개 역할을 맡는다. 규격화된 사회에서 해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대중은 자연스럽게 드랙 문화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드랙 문화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자발적인 구성원으로 변한다. 드랙 문화가 21세기 들어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게 된 데에는 이런 카타르시스의 성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밥상을 차려줘도 못 먹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나나영롱킴의 성공은 대외적인 상황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가 아니다. 그가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머릿속으로 생각한 건 어떻게든 빠르게 실현하는 실행력에 있다. 스스로 고백하길 자신의 가장 큰 무기라고 지칭하는 실행력은 방대한 활동 영역에서 잘 드러난다. 무대 공연을 차치하고도 나나영롱킴이 활동하는 범주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브랜드 캠페인 모델, 광고 등 다른 이에 비해 굉장히 넓은 편이다. 특히 그는 작년과 올해 한국의 드랙 아티스트로서 유일무이하게 전시회까지 열었다. 작업의 피사체 역할 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내고 콘셉트를 잡고 촬영을 구성하고 모델 캐스팅과 스타일링까지 도맡는 총괄 디렉터로 전시를 준비하고 개최했다. 그가 이처럼 기존의 역할에서 벗어나 드랙 아트의 확장성을 증명하며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었던 동력은 어디서 기인할 걸까? ‘드랙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고 믿는 그의 태도와 관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In the “I AM CAMPAIGN” video for the cosmetics brand HERA, Kim suggests we all take charge of our own lives and be the hero in it. It’s a statement made within the grammar of commercial advertising, but it’s also an opportunity for the public to clearly see what they can expect and fulfill when they look to him as a role model. By stepping out of your comfort zone and exploring and experimenting with both femininity and masculinity, drag culture is not only about disrupting gender stereotypes. Indeed, for many people who want to express their true selves unapologetically but are afraid of what society will think of them, it serves as a medium that presents a sense of liberation and exhilaration. Upon discovering the possibility of liberation from the norms of an always-follow-the-rules society, the public naturally shifts more toward curiosity about drag culture and becomes voluntary members of drag culture who enjoy and consume it. The achievement of this catharsis has played a crucial role in the explosion of public interest in drag culture in the 21st century.
Yet many people can’t eat even if the table is set for them. Nana Youngrong Kim’s success is not a natural outcome of external circumstances; the secret to his public appeal is his ability to turn ideas in his head into reality quickly. As he puts it, the ability to execute is his greatest weapon, and the ability is evident in his vast range of activities. Aside from stage performances, Kim’s range of activities is much broader than many other drag artists and includes movies, dramas, documentaries, music videos, modeling for brand campaigns, and commercials. In particular, he was the only Korean drag artist to hold gallery exhibitions last year and this year. In addition to being the subject of artworks, he prepared and organized the exhibitions as an executive director. He devised the ideas and concepts, organized the photoshoots, and cast and styled the models. Where does he find the drive to break out of his traditional role and try different things, proving the scalability of drag art? The answer lies in his attitude and perspective that drag can be anything.
“거리를 둘러보세요. 실제 드랙 퀸 같은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드랙 아트에서 중요한 건 여장이 아니에요. 인물, 동물, 사물 등 세상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Look around the streets, and you won’t see women walking down the street dressed like typical drag queens. The essence of drag art isn’t about cross-dressing. It’s the ability to transform into anything in the world—people, animals, and objects.”
— Nana Youngrong Kim, Drag Artist
드랙에 대한 관심이 대중문화의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에서 나나영롱킴은 주어진 상황을 더 멀리 내다본다. 과장된 화장과 가발, 화려한 액세서리를 걸치고 굴곡 있는 몸매를 드러내는 방식만이 드랙 아트라고 생각하는, 소위 ‘여장남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이다. 만일 여장이 드랙 아트의 전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그는 행위자가 상상하는 그 어떤 모습으로든 분할 수 있는 자유로움에 주목하길 당부한다. 아티스트가 욕망하는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표현하는 무한한 가능성이 그가 생각하는 드랙 예술의 요체인 셈이다.
지난해 치른 첫 번째 개인전의 콘셉트는 애니메이션 〈은비까비〉에서 영감을 받아 〈더 스포트라이트The Spotlight〉 연작과 〈옐로우 맘바Yellow Mamba〉 연작으로 구성했다. 전자가 정석대로 일을 처리하는 은비라면, 후자는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고 일을 처리하는 까비로 서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를 위해 앞에서는 풍성한 헤어 스타일링 등 과거의 드랙 하면 상상하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분했고, 뒤에서는 화려한 노란색 드레스에 검은 복면을 쓰고 검은색 권투 장갑을 끼는 등 현재에 맞게 진화하는 드랙의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유구한 전통을 가진 과거의 드랙과 새로운 예술로 진화하는 동시대 드랙의 타임라인에서 나나영롱킴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선택해 드러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사진으로 증명한다. 〈더 스포트라이트〉 속 짙은 화장과 풍성한 헤어, 〈옐로우 맘바〉 속 얼굴 전체를 뒤덮은 새까만 가면, 그 무엇도 자아를 감추는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더욱더 과감하게 드러내는 도구다. 제한 없는 표현을 위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드랙 아트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활동에 반영해온 나나영롱킴의 유연한 시각은 자신을 냉철하게 인식하는 면모에서도 엿볼 수 있다.
With interest in drag rising to the surface of pop culture, Kim looks far beyond the obvious. The stereotype of the so-called “crossdresser”—in which many people believe that the only way to make drag art is to wear exaggerated makeup, wigs, colorful accessories, and show off one’s curved figure—is still very much alive and well. But if cross-dressing is not the premise of drag art, what is? Kim calls attention to the freedom of the performer to transform into whatever form they can imagine. The infinite possibilities for artists to express whatever they desire is what he considers the essence of drag art.
The concept for Kim’s first solo exhibition last year was inspired by the animation Eunbi & Kkabi’s Once Upon a Time and consisted of the series The Spotlight and Yellow Mamba. The character in the former series is Eunbi, who does things according to the rules, while the latter is Kkabi, who acts and does things according to her emotions. To this end, in The Spotlight, Kim played a stereotypical role of past drag—with voluminous hair styling, for example—while in Yellow Mamba, he wore a colorful yellow dress, black mask, and black boxing gloves to show the evolving direction of drag in the present clearly. When viewed through a timeline of past drag (with its long tradition) and contemporary drag (which is evolving into a new art form), Kim’s photographs demonstrate his confidence in the freedom to choose and present himself as he pleases. The heavy makeup and full-bodied hair in The Spotlight and the full-face, jet-black mask in Yellow Mamba are not devices to hide the self. On the contrary, they are tools for revealing himself more boldly. Kim understood the potential of drag art to be anything for unlimited expression and has reflected this through his activities. Kim’s flexible viewpoint can also be seen in his keen self-awareness.
“사람들은 종종 페르소나와 제 자신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지 않는지 묻곤 해요. 하지만 사실 저는 페르소나를 설정하지 않아요. 메이크업을 하고 화려한 의상으로 변신한 존재도 나나영롱킴이고, 그렇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 역시 모두 나나영롱킴입니다. 본질적인 차이가 없어요.”
—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People often ask me if I don’t feel a sense of separation between my persona and myself, but the truth is, I don’t set up a persona. I am Nana Youngrong Kim when I’m in makeup and fancy clothes, and I am Nana Youngrong Kim when I’m in my natural state. There’s no intrinsic difference.”
— Nana Youngrong Kim, Drag Artist
드랙 아티스트를 설명할 때 ‘페르소나persona’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고대 그리스에서 연극을 올릴 때 배우가 쓰던 가면에서 기원한 페르소나는 개인이 밖으로 표출하는 공적인 얼굴로, 실제 성격과는 다르게 타인의 눈에 비치는 모습을 의미한다. ‘드랙 아티스트는 페르소나를 구축한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일 정도로 많은 드랙 아티스트는 페르소나를 설정한다. 실제로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잘 걸지 못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더라도 당당한 성격의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위해서 페르소나의 설정은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본연의 모습과 페르소나 사이의 간극은 드랙 아티스트가 흔히 겪는 심리적 혼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드랙 아티스트인 나나영롱킴은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한다. ‘드랙 아티스트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태도로 퍼포먼스에 임하는 것처럼, 그는 자신을 인식할 때도 내면에 있는 여러 특질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긍정하며, 표출할 뿐이다. 이런 면모는 올해 개최한 개인전 《NA, 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전시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더 페르소나 프리즘The Persona Prism’에 따르면, 페르소나는 나나영롱킴 자신이며 빛이 프리즘을 통해 총천연색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아티스트 본인 또한 전시회를 통해 내면의 다양한 면모를 표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자기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장해서 연기하지 않고, 자기 안에 이미 존재하는 여러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나나영롱킴이 추구하는 예술적 테마의 핵심이다.
You’ll often hear the word “persona” used to describe drag artists. Originating from the masks worn by actors during theatrical performances in ancient Greece, a persona is a public face that an individual presents to the public. It is different from their actual personality. Many drag artists set their own personas to the point where there’s a common understanding that drag artists build personas. It’s not unusual for someone so shy they can’t talk to strangers to create a persona and project a confident personality. Personas are very useful for outstanding performances. However, the gap between the persona and the real person they are offstage and in their daily lives is a common source of psychological turmoil for drag artists.
Interestingly, Nana Youngrong Kim, the most famous drag artist in Korea right now, is very clear when he says that he doesn’t have a persona. Just as he approaches his performances with the mindset that “a drag artist can be absolutely anything,” when it comes to self-perception, he simply accepts, affirms, and expresses the many qualities within him as they are. This was evident in his 2023 solo exhibition Na, Na. According to one of the exhibition’s main themes, “The Persona Prism,” the persona is Nana Youngrong Kim himself, and just as light spreads through a prism in all its natural colors, so too does the artist express various aspects of his inner self through the exhibition. In other words, it is the core of Kim’s artistic theme not to pretend to be something that is not already there in himself, but to fully show the various aspects that already exist within him.
“사람들을 만나면 늘 듣는 말이 있어요. “해보고 싶은 걸 다 하고 사는 것 같아서 부러워요.” 근데 이게 꼭 저만 가능한 건 아니거든요. 저와 교감하는 대중도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I always hear something when I meet people: ‘I envy you because you seem to be doing everything you want to do.’ But it’s not necessarily just me. I want the people I interact with to have the courage to say, ‘I can do this, too.’”
— Nana Youngrong Kim, Drag Artist
나나영롱킴이 지금껏 드랙 아티스트로서 행한 수많은 시도는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다’는 통념에 반론을 제기해온 시간으로 바꿔도 큰 무리가 없다. 그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면 ‘나다움’에 대한 믿음을 바탕 삼아 속도감 있는 실행력으로 구축한 선택의 순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것을 해낸 이 통쾌한 저항은 제한 없는 변신의 가능성을 품은 드랙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나영롱킴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평범하고도 중요한 교훈은 고정관념을 잠시 접어두고 ‘나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라는 쉬이 믿기 힘든 사실을 인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걸 표현하는 용기로 가득한 신념 앞에서라면, 비록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그 끝은 분명 창대할 지니.
Kim’s numerous forays into performing as a drag artist could easily be characterized as a time when he has challenged the conventional wisdom that you can’t do everything you want to do. Looking back on his path, Kim’s life has been filled with moments of choice, built on a belief in his own uniqueness, and executed with speed. This exhilarating resistance to accomplish so much is the essence of drag, which holds the potential for unlimited transformation. So perhaps a mundane and important lesson we can learn from Kim’s story is to set aside our stereotypes and recognize the often unbelievable truth: I, too, can be free. With the courageous conviction to express anything and everything, your beginnings will seem humble, so prosperous will your future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