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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티스트의 물리적 화합
니콜라스 베커 X 안나 칼로사
Intersections Beyond Boundaries - Anna Galtarossa x Nicolas Becker
혼합물과 화합물은 다릅니다. 혼합물은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이지만 각각의 성질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반면 화합물은 서로 단단하게 결합하여 새로운 물질이 되어 물질의 성분 자체가 다른 성질을 가지게 되지요. 이 화합물은 물질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약하는 아티스트들의 만남에서도 화학적 시너지는 발휘됩니다. 기아는 서로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이 ‘페어링’하여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를 지난 4월 ‘밀라노 디자인워크’에서 선보였습니다. 바로 전시 였습니다. 두 작가가 경계 너머의 창의적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이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 안나 칼타로사Anna Galtarossa와 니콜라스 베커Nicolas Becker가 협업한 ‘The Spirit of Disco’를 소개합니다.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는 안나 칼타로사(이하 안나)는 움직이는 키넥틱 아트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니콜라스 베커(이하 니콜라스)와 사운드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The Spirit of Disco’만의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죠. 《기아 디자인 매거진》에서는 두 아티스트가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스토리, ‘페어링’의 의미를 어떻게 견지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니콜라스 베커는 영화 사운드의 세계에서 다방면에 걸친 거장으로, 사운드 디자이너, 폴리 아티스트,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 사운드 디자인에 있어 각 프로젝트에 맞는 맞춤형 마이크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이 방법은 그의 작업과 현대 미술의 영역을 엮어낸다. 특히 니콜라스는 2021년 4월 다리우스 마더Darius Marder 감독의 걸작인 로 아카데미 음향상을 수상했다. Mixtures and compounds are different. In a mixture, the original substances retain their individual properties, whereas a compound is a new substance that binds tightly together and becomes a new substance with a new property. Chemical synergy is not limited to substances; it also happens when artists from different fields collaborate. Kia presented a story of artists from different fields “pairing up” to create something new at the Milan design week last April. The title of the exhibition was Opposites United: Intersections Beyond Boundaries and it featured 'The Spirit of Disco', a collaboration work between two artists active in different fields, Anna Galtarossa and Nicolas Becker, to showcase their creative work across boundaries. Anna created a kinetic artwork and worked with Nicolas to find the right sound for her work, which culminated in The Spirit of Disco. Kia Design Magazine delved into the processes invovled in this collaboration, the story behind the process, and their perspectives on the meaning of 'pairing up'. My name is Nicolas Becker, I was born in France in 1970. I’m a foley artist, sound designer and composer. I have been working with sounds for 35 years. I live in Paris but work with people all over the world. I am Anna Galtarossa, I was born in Italy in 1975. I’m an artist and I’ve been working most of my life on sculptures and installations, mostly things that move. My art is generally very colorful, and my pieces prefer to be outside the protection of museums and galleries. I had my first exhibition as an artist in 2004, at the Spencer Brownstone Gallery, and they still represent me to this day.
나무는 숲의 에너지로
아뜰리에형준, 이형준
Pipe fittings grow into trees,
creating an energetic forest
익숙한 소재가 조금도 익숙하지 않은 오브제로 탄생한다. 가열이나 냉각 같은 물성 변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 번쩍거리던 금속은 나이테를 두른 나무가 되고 차가움은 따스함이 된다. 이 변화는 파이프 피팅이라는 산업 부품을 찾아낸 덕이다.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는 많지만 산업 부품 파이프 피팅을 통해 대조적인 자연을 그려내고 있다는 건, 작가의 놀라운 발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작가는 인공을 자연에 한 발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지속적인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인공으로 자연을 만드는 아티스트의 다음 발상과 상상이 궁금하다면? 은근한 금속 냄새와 고요한 용접이 기다리는 금속조각가 이형준의 신세계로 입장할 시간이다. 2호선 문래역에서 내려 우체국이 있는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일렬로 정렬한 철공소들이 나타난다. 오래전 문래동은 끊임없이 귀가 먹먹해지는 쇳소리와 시야를 가리는 먼지바람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철공 단지였다. 집이 있던 보라매공원부터 4~5킬로미터를 하릴없이 걷곤 했던 소년에게 쇳가루와 분진이 날리는 문래동 철공 단지는 반짝반짝 빛나는 신기하고도 신비로운 보물섬이었다. 예술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탄생한다고 했던가. 유일하게 활기찬 것이라고는 기계들뿐이었을 그곳에서 소년은 이미 무한한 가능성을 목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가능성의 무한한 자유로 자라났다. 철공과 예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조합으로 이루어진 미로를 사뿐한 발걸음으로 작가 이형준은 부유한다. 평범한 산업용 파이프 피팅Pipe Fiffing을 구부리고 잇고 두드리고 줄을 그어 완성한 선반은 우리가 ‘선반’으로만 알고 있던 것의 범주를 과감히 초월한다. 페르낭 레제Fernand Léger의 입체주의 그림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설계 도안에서 본 것 같기도 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형태가 자꾸만 시선을 붙든다. ‘파이프 피팅’은 피상적 포맷에 불과할 뿐, 어쩌면 아티스트는 아트와 퍼니처, 예술과 실용, 냉기와 온기, 인공과 자연 등 하나가 될 수 없는 둘을 ‘피팅’하려는 시도와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게 아닐까. 《기아 디자인 매거진》은 실험적 예술가이자 예리한 관찰자, 진지한 실험가인 이형준, 그에게 묻기 시작했다. Familiar materials are transformed into unfamiliar objects. Shiny metal pieces become wood complete with tree rings, without undergoing any heating or cooling processes, creating cold objects that radiate with warmth. Such transformation is made possible thanks to pipe fittings also known as pipe connectors. There are many artists who work with stainless steel, but an artist using pipe fittings to depict objects from nature is unprecedented. Hyungjun is on a continuous journey to bring artificial objects a step closer to the nature. We invite you to the world of metal sculptor Hyungjun Lee and explore the artist's next ideas. In Seoul, there is a street full of ironworks located near Mullae subway station. Decades ago, Mullae-dong was an ironworks complex full of sound and dust. During his childhood, Hyungjun used to walk several kilometers from his home near Boramae Park to the ironwork complex and was fascinated by it. It is said that art is born in unlikely places. Indeed, Hyungjun saw infinite possibility in the noisy and dusty complex full of industrial machinery. Somehow, Hyungjoon Lee floats through a maze of seemingly disparate combinations of industrial ironworks and crafting arts effortlessly. For example, his shelves which are made by bending, connecting, hammering, and lining ordinary industrial pipe fittings, boldly transcends the traditional boundary of shelves. The familiar yet unfamiliar shapes that seem to have come from a cubist painting by Fernand Léger or a design drawing by Leonardo da Vinci, draw our attention. The artist is using 'pipe fittings' as a medium, experimenting to blend two unlikely ideas and objects, such as art and furniture, art and practicality, coldness and warmth, man-made and natural. Kia Design Magazine interviewed Hyungjun Lee, a daring artist, keen observer, and serious experimenter, on what he is trying to achieve.
이방인이 담은 한국의 집
잉고 바움가르텐
Familiarity transformed into the unfamiliar The ordinary perceived through the exotic eyes, A foreigner’s portrait of a Korean house Ingo Baumgarten
풍경이 익숙해지면 우리는 그것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 채 스쳐 지나친다. 하지만 익숙한 듯한 풍경 속에서도 섬세한 관찰을 통해 익숙한 것을 낯설게, 평범한 것을 아름답게 화폭에 풀어내는 이가 있다. 바로 독일 화가 잉고 바움가르텐(이하 잉고). 일상에서 건축의 구조, 소재 등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상상을 스토리텔링 하여 잉고만의 시선을 만들어 낸다. 잉고의 그림을 마주하면 마치 ‘이상한 나라 앨리스’로 빨려가듯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우리는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풍경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16년째 한국에 살면서 서울을 관찰하며, 한국의 주택과 건물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리며 한국인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잉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일의 서부 하노버 교외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 학생은 풍부한 문화가 있는 대도시를 동경했고, 미술학도이자 젊은 예술가가 되고자 파리로 떠났다. 독일에서 학업을 마친 후 ‘파리 시각예술고등예술원 Institute of Higher Studies in Visual Arts Paris’에 합격하여 초대받은 것. 그곳에서만 머물지 않고, 대만, 일본, 한국으로 유랑해왔다. 다문화적 관점을 견지한 잉고는 2008년 홍익대학교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1970년에서 1990년 사이에 지어진 콘크리트 주택에 매료되어 한국의 집과 건물을 화폭에 담고 있다. 잉고 바움가르텐이 한국의 주택에 매료된 데에는 유럽에서 나고 자란 환경이 한몫했다. 대부분의 유럽은 일률적으로 집을 짓는다. 지붕의 규격, 방의 구조 등 하나하나 정해진 법규가 있고, 집을 보수하기 위해서는 20년 정도가 흘러야 한다. 반면, 한국의 주택은 전통과 현대의 대비가 뚜렷하면서도 주택의 구조나 형식이 저마다 다르다. 이 대비 속에서 한국인들의 개성이 묻어 있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잉고의 시선을 끌었다. 그런 잉고는 한국인이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지붕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마치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이방인 시선에서 한국 주택은 영감의 원천이었고, 한국 주택이나 건물의 한 단면을 극대화하여, 자신만의 상상을 더해갔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은 한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이지 않은 잉고 바움가르텐만의 세계가 궁금했다. 한국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지, 그 매력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등 한국을 바라보는 잉고의 관점이. When we become familiar with a landscape, we often pass by it without much thought or feeling. Yet, there are those who, through careful observation, manage to transform the familiar into the unfamiliar and the ordinary into the beautiful, expressing it through drawing. One such individual is the German painter Ingo Baumgarten. He explores the structures and materials of architecture in everyday life, weaving his unique imagination into a distinct storytelling style. Encountering Ingo's artwork feels like being drawn into a new world, much like being pulled into "Alice in Wonderland." This prompts us to revisit the landscapes we once overlooked. And this is the beginning of the story of Ingo, who has been observing Seoul after living in Korea for 16 years and interpreting its houses and buildings in his own way, and engaging with the local people. Born in Hanover, West Germany, later raised up in a small town close to Düsseldorf, Ingo spent his school days there. He always longed for the rich culture of the big cities and set off for Paris to pursue his dream of becoming an art student and a young artist. After ending his studies in Germany, Ingo was accepted and invited to the Institute of Higher Studies in Visual Arts Paris to study. Not limiting himself to Paris, he also traveled to Taiwan, Japan, and Korea. Embracing a multicultural perspective, Ingo settled in Korea in 2008, becoming a professor at Hongik University to teach fine art. Captivated by the concrete houses built between the 1970s and 1990s, he brings Korean homes and architecture to life on canvas. Ingo Baumgarten’s fascination with Korean houses can be traced back to his upbringing in Europe. In most parts of Europe, houses are built uniformly, with specific regulations governing aspects like roof dimensions and room layouts. There are strict laws in place, and houses typically require about 20 years to undergo renovations. In contrast, Korea displays a stark contrast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ty, with each home having a unique structure and design. This contrast and unique features of each house caught Ingo’s eyes. And he was inspired by the roof, something many Koreans might pass by without a second thought. “It felt like hands clasped together in prayer,” he remarked. From the foreigner’s point of view, Korean homes were a source of inspiration. By magnifying particular elements of Korean houses and buildings, and blending them with his own imagination, he portrayed the landscapes of Korea in his art. was curious about Ingo Baumgarten's unique world, one that feels both distinctly Korean and yet not, through the eyes of a foreigner. What was it about Korea that attracted him? How did he translate that allure into his work? And how does Ingo perceive the country?
자연과 사람 예술의 어울림
스페이스미조
Creating intricate synergy with nature, people, and art
Space Mijo
보통 건축 설계에 반영해야 하는 주변 상황이나 맥락을 ‘콘텍스트(Context)’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이 때문에 건축가에게 있어 콘텍스트는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는데요. 도시재생이라면 더욱더 이 콘텍스트는 건축가에겐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실험과 도전으로 기존 건축물과 차별화하면서도, 기존 건축물이 가진 주변의 맥락과 어울림은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 명제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낯설면서도 익숙한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스페이스미조입니다. 남해안의 드넓은 바다, 어선이 그득한 미조항, 그 뒤로 펼치는 산과 여러 섬이 중첩되어 만들어낸 한국화에서 볼 법한 풍경. 이 중심에 스페이스미조를 설계한 박석희, 이선희 건축가가 있습니다. 두 건축가는 미조항의 콘텍스트를 한국의 미감으로 풀어내기 위해 기존 건물의 골자는 그대로 두고, 미조항의 풍경과 어울리도록 스케일은 줄여갔습니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이 ‘스페이스미조’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건축가로서 도전과 시도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현대적 이름을 달았지만 한국적 미감으로 풀어내 미조항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어울림. 《기아 디자인 매거진》에서 두 건축가가 써 내려간 스페이스미조의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필자는 몇 해 전부터 ‘천년의 탐사대’를 꾸려, 한국 건축의 흔적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최근에 알게 된 것은 부여에서 시작해, 고(句)려, 백제, 신라, 다시 고려, 그리고 조선.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에 대한 한국인의 미감이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으며, 전 국토에 걸쳐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발견의 한복판에 서면 필자는 한국의 건축가로서 이것을 현대 건축에 스며들도록 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고유섭 선생이 우리나라의 미감을 정의한 ‘구수한 큰 맛’을 교본 삼아, 건축을 해나가면서, 필자의 설계는 도면에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각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스페이스미조는 이러한 감각의 복합적인 상승 관계를 이끌어내는 작업이었다. In architecture, the word 'context' usually refers to the surroundings or factors that must be reflected in a design. For this reason, context is often a source of inspiration for architects, especially when it comes to urban regeneration. Context is even more central for architects when designing new buildings, as they need to experiment and differentiate themselves from the existing architecture, while still blending in with the surroundings and existing buildings. Space Mijo is a fine example of the successful fusion of unfamiliar and familiar elements. Mijo Port boasts a picturesque view with the vast blue ocean dotted with fishing boats, and layers of small islands and mountains. Two architects, Park Seokhee and Lee Sunhee created Space Mijo by redesigning an old warehouse to enable it to blend in at the Mijo Port whilst having a distinctive touch of Korean aesthetics and retaining its basic structure. Space Mijo is designed as a cultural complex yet has elements of traditional Korean aesthetics, thanks to the designers’ successful take on incorporating distinctive Korean aesthetics into its design. This makes Space Mijo a perfect item to be in the spotlight in the Kia Design Magazine. Read on to learn all about the story of Space Mijo written by the two architects. For many years, we have traveled around the country, exploring, and discovering different Korean architecture. Over time we learned that the Korean sense of beauty has changed over time, as different dynasties have risen and fallen, from Buyeo to Joseon. We also learned that elements of Korean aesthetics have been dispersed over time, and regions are intricately connected across the entire country. Upon discovering all this, we became eager to translate it into contemporary Korean architecture. Late art historian, Ko Yoosup, summarized traditional Korean beauty as ‘profound savory taste’. We used this as a guideline in the Space Mijo project, which led to some wonderfully complex sensory beauty that could not be expressed in a drawing. The project was all about achieving a complex synergy of sensory beauty.
새로움을
향한 무한한 자유
Unlimited Freedom Toward Newness
자개, 레진, 나무 등을 재료로 활용해 독특한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헤어 아티스트 가베와 식물에 인공적 재료를 더해 외계 식물이라는 이색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플랜트 아티스트 하이이화. 익숙한 소재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두 아티스트의 작업은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Opposites United)’에 대한 신선한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더 이상 새로운 게 있을까 싶은 영역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신선한 작품을 맞닥뜨리며 경이로운 감정이 고양될 때가 있습니다. 헤어 아티스트 가베와 플랜트 아티스트 하이이화는 이런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가입니다. 자개, 레진, 나무 등을 소재로 헤어 스타일링의 신세계를 보여주는 가베는 영감의 원천이 어린 시절의 기억에 있다고 고백합니다. 동양미술과 불교에서 영향을 받은 하이이화는 식물과 전자부품으로 낯선 외계 식물을 만듭니다. 두 아티스트는 익숙함에서 출발해 작품세계를 자유롭게 확장하며 새로운 창의성(New Creativity)을 선보입니다. 안녕하세요. 헤어 아티스트 가베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공적인 요소와 식물을 결합해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미지 세계의 외계 식물을 만드는 플랜트 아티스트 하이이화입니다. Gabe, a hair artist, creates unique hairstyles using mother-of-pearl, resin, and wood, while HA I I HWA, a plant artist, creates alien plants by adding artificial materials. The work of these two artists, who create new visual experiences with familiar materials, provides fresh inspiration for “Opposites United.” Sometimes, in an area where you think there cannot be anything new anymore, you come across something fresh that exceeds your wildest expectations and inspires a sense of wonder. Hair artist Gabe and plant artist HA I I HWA are two such surprising artists. Gabe, who uses mother-of-pearl, resin, wood, and other out-of-the-ordinary materials to showcase a new world of hairstyling, confesses that his inspiration comes from childhood memories. HA I I HWA, on the other hand, is influenced by Eastern art and Buddhism. She creates strange alien plants using plants and electronic parts. These two artists offer viewers a new sense of creativity by starting from the familiar and pushing the boundaries of their respective art worlds. Hello. I’m hair artist Gabe. Hello. I’m HA I I HWA, a plant artist who combines man-made elements with plants to create alien plants from uncharted worlds that we can’t experience here in the real world.
Let’s
Enjoy Your Discovery!
Let’s Enjoy Your Discovery!
지난 6월 기아글로벌디자인(이하 기아디자인)으로부터 조직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설계를 제안받았다. 자동차 디자인은 많은 디자이너들이 서로 협업하며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디자이너 개인의 크레딧보다는 조직을 우선하는 편이다. 특히 커다란 포부와 의욕을 가지고 입사한 디자이너가 디자인 작업에 몰두한 지 3~5년 정도 되면 리셋을 위한 리프레시가 필요해진다. 이를 위해 창의적 사고를 재충전하는 맞춤형 1일 워크숍 기획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였다. 워크숍을 통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걸까, 조심스레 물어보니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밑줄이 필요한 단어로 빼곡한 문장들에는 구성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기아디자인의 진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특히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라는 철학 아래 많은 이들의 영감을 총체적으로 모아 결과물을 도출하는 조직 입장에서, 그 근본을 이루는 디자이너 개인의 정체성과 브랜딩에 신경을 쓰고 계속 소통하려 노력한다는 점은 명징했다. 게임 디자인을 바탕으로 몰입형 워크숍(immersive workshop)을 진행하는 우리 ‘놀공NOLGONG’의 장기를 활용하면 조직과 개인에게 모두 도움 되는 흥미로운 장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In June 2023, I was approached by the Kia Global Design Division (hereinafter Kia Design) to organize a workshop that would revitalize their organization. Automotive design is a process where many designers collaborate to complete a product, so the organization tends to take precedence over individual designer credits. That is especially true for designers who joined the company with great ambition and motivation yet could still use a boost of momentum to reset themselves after three to five years of such immersive design work. The key was to design a customized one-day workshop to recharge their creative batteries. After carefully asking them what they wanted to do during the workshop, I narrowed it down to a few things. Kia Design’s sentences, filled with words that needed to be underlined, contained the organization’s sincere desire to help its members. In particular, it was clear that as an organization that collectively harnesses the inspiration of so many people to produce results under Kia’s design philosophy, “Opposites United,” it still cares about the identity and branding of each designer—which becomes the organizational foundation—and tries to continue communicating with them on an ongoing basis. I thought we could create an exciting opportunity that would benefit both the organization and the individuals themselves by leveraging NOLGONG’s extraordinary ability to conduct immersive workshops based on game design.
디자이너 로베르트 클로스.
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Designer Robert Klos. Hear his various stories.
아주 어릴 때부터 자동차, 기차, 자전거를 참 좋아했어요. 몇 살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기계적인 면모를 띤 움직이는 사물에 항상 관심을 빼앗겼죠. 아파트 창밖을 내다보며 저 멀리 지나가는 열차의 화물칸 갯수를 세곤 했다니까요. 동네에 처음 보는 차가 지나가거나, 큰 트럭을 발견할 때면 뛸 듯이 기뻐했던 경험도 기억나네요. (웃음) 또 다른 취미는 그림 그리기였어요. 건축물이나 아파트 설계도를 그렸는데, 건축사무소에서 일하시던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자동차도 자주 그렸습니다! TV에 나온 F1 자동차를 따라 그리곤 했죠. 제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계기가 있어요. 14살 때 제 사촌이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가 만든 작업물을 본 순간 깨달았죠. ‘내가 하고 싶은 건 바로 이런 거였어!’ 저는 제품 디자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릴 적부터 늘 제 넋을 빼놓던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어요.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당시 제가 살던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자동차 회사가 없었고,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할 길도 묘연했어요. 그래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공부를 했답니다. 시간이 흘러 2017년부터는 기아유럽디자인에서 일할 수 있었죠. 지금 이렇게 《기아 디자인 매거진》과 인터뷰를 하는 거 보니, 결국 꿈을 이룬 게 아닌가 싶네요. 하하. Ha, that’s a very tricky yet straightforward question. The answer to it might be a bit too long, though, if I would go into every detail. Anyway… Ever since I can remember, I have been fascinated by cars, trains, and bicycles; I have no idea why. Everything that was moving and had some technicality always got my attention :). I remember looking out the window of the flat I lived in as a kid and counting wagons of trains passing by in the distance. I remember feeling super happy seeing a new car or big truck on our street. Also, for some reason, I can’t explain why I was drawing a lot: architecture and plans of the apartments (I think my grandma, who was working in the architecture office, influenced me a bit; my dad is a fantastic drawer, too, by the way!) And, of course, I was drawing cars! Especially F1 Cars when I watched it on TV (I was six years old). Things evolved quite a bit over the years, and finally, when I was 14, I got interested in art and design. My cousin was studying Product design and showed me some stuff he was working on. BUM, that was it! I decided to take it a step further and try car design, even though we didn’t have any car design school or car industry in Poland. It took some time, some moving to different countries and learning, but hey, now I am here, talking to Kia Design Magazine, so I think things worked out quite well in the end :)
선입견을 넘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
Beyond Prejudice: Advancing Toward a World of Infinite Possibilities — Nana Youngrong Kim, Drag Artist
나나영롱킴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드랙 아티스트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배우의 길을 모색했지만, 남녀의 고정된 성역할과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관습적 연기에서 한계를 느끼던 그는 우연히 드랙 아티스트를 조명한 영화 〈프리실라〉와 〈헤드윅〉을 접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드랙 아티스트의 화려한 의상과 소품에 마음을 빼앗기며 드랙 문화에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기존의 클럽 무대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 예술 장르에 도전하며 ‘성소수자들만의 문화’라는 드랙의 선입견을 허무는 데 지속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마마무, 박효신, 유노윤호 등 다양한 K팝 아티스트와 협업했고, 럭셔리 브랜드 베르사체, 모스키노, 로에베, 루이 비통 등의 러브콜을 받았으며, 코스메틱 브랜드 헤라HERA의 캠페인 모델로 활동하며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발매했다. 그는 드랙을 주제로 한 개인 다큐멘터리 〈NA, NA〉를 제작하고, 한국 드랙 아티스트로는 유례없이 사진전을 여는 등 드랙 문화의 확장성을 계속 증명하는 중이다. Korea’s drag culture, once considered “cross-dressing” and enjoyed by just a small group of people, is now entering a new phase. Today, different definitions and categories of drag culture are emerging, and drag artists are expanding into a variety of genres. One name on this new cultural map is Nana Youngrong Kim, one of Korea’s leading drag artists. As a drag artist, Kim embraces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diversity of genres, direct proof of his belief that drag is the act of being able to be absolutely anything. Drag culture is a liberating medium in that it can help anyone in the world move forward in the direction of their choice. Kia Design Magazine met up with Kim and listened to his perspective and attitude to change many of the stereotypes surrounding drag and highlight the infinite possibilities of drag culture as a driving force to enrich our times.

새로운 인간이라는 꿈 Dreams of a New Human

1895년 시작한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올해로 59번째를 맞았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때 중단과 재개의 우여곡절을 견디면서도 20세기를 관통해 꾸준히 이어오던 이 격년제 행사가 팬데믹으로 인해 3년 만에 열렸다. 매번 새롭게 선임하는 예술감독이 이끄는 본전시에는 평균 60여 개국, 2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야심 차게 운영하는 국가관 전시가 함께 열리기 때문에 ‘미술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행사다. 이번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밀라노 태생의 큐레이터,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가 예술감독으로 지명되어 한껏 기대를 모았다. 공공미술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뉴욕 하이라인 아트High Line Art를 이끈 디렉터 겸 수석 큐레이터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본 비엔날레 최초로 이탈리아 출신의 여성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The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of La Biennale di Venezia, which was established in 1895, marked its 59th anniversary this year. The biennial event, which continued running through the 20th century despite the repeated suspensions and resumptions during two world wars, was held for the first time in three years due to its suspension once again during the pandemic. Throughout its history, an average of 200 artists from 60 countries participate in the main exhibition, which is led by a newly appointed artistic director every time. Often described as the “Olympics in the art world” because of its special exhibition featuring national pavilions, it is ambitiously operated by a wide range of countries each time it is held. This year’s Biennale di Venezia was highly anticipated, as Milan-born curator Cecilia Alemani was appointed as the artistic director. She is the director and chief curator of High Line Art in New York, considered by many to be a successful example of public art. She is also the first Italian female artistic director in the history of the biennale.

Ruth Asawa,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 Photo by Roberto Maross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루스 아사와Ruth Asawa의 작품 © Photo by Roberto Maross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알레마니가 기획한 이번 비엔날레의 타이틀은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다. 소설가이자 초현실주의 화가였던 리어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1917-2011)이 쓴 그림책 제목에서 빌려왔다. 자기 아이를 위해 직접 쓰고 그린, 다소 그로테스크한 그림책에서 캐링턴이 상상의 생명체가 등장하는 마법 세계를 묘사했다면, 알레마니의 본전시는 ‘포스트 휴먼’의 조건을 탐구하는 작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였다. 다양한 존재가 거주하는 혼종의 세계,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흥미로운 돌연변이에 관한 힌트는 약 80여 점의 커미션 신작과 근작을 통해 본전시 곳곳에 숨어들었다.

The title of the biennale led by Alemani is “The Milk of Dreams,” which was borrowed from the title of a picture book by novelist and surrealist painter Leonora Carrington (1917-2011). It was, however, not a simple act of “borrowing.” While Carrington’s rather grotesque picture book for her children depicted a magical world featuring imaginary creatures, artists in Alemani’s main exhibition actually presented works exploring posthuman conditions. Hints concerning interesting mutations that reconstruct a mixed world and ecosystem where various beings reside were hidden throughout the main exhibition. To be more specific, this was accomplished through roughly 80 new commissioned works as well as the more recent works of those same artists.

Maria Sibylla Merian-Toshiko Takaezu-Aletta Jacobs,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 Photo by Ela Bialkowska(OKNO studio),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Maria Sibylla Merian, 토시코 타카에즈Toshiko Takaezu, 알레타 야콥스Aletta Jacobs의 작품들 © Photo by Ela Bialkowska(OKNO studio),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본전시는 신체의 변형, 사이보그, 몸을 일종의 ‘용기(container)’로 보는 개념에 관한 이번 주제와 공명하는 예술 작품에 초점을 맞췄어요. 신체의 변형에 관한 이야기는 초현실주의뿐만 아니라 미래주의, 일부 다다이즘 예술가와 바우하우스 예술가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죠.”

—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와 도디 카잔지안Dodie Kazanzian의 《보그Vogue》 2022년 4월 18일 인터뷰 중에서

“These shows focus on a constellation of artworks that resonate with themes of the show—like metamorphosis or the idea of the cyborg or the idea of the body as a vessel—but not necessarily from an art-historical perspective. So there is one that looks at body transformation through Surrealism but also futurism and also some Dada artists, some Bauhaus artists.”

— Cecilia Alemani, Interviewed by Dodie Kazanzian for Vogue, April 2022

이번 비엔날레는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었다. 본전시에 참가한 작가의 성비와 인종, 국적과 경력 등을 소수자에 집중한 알레마니의 선택은 다수의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참여 작가의 90%가 여성 작가였고, 작가와 국가관을 비롯해 평생공로상까지 비엔날레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 세 개가 모두 여성에게 돌아가며 이례적인 성비는 더욱 주목받았다. 반면 ‘작품을 볼 뿐 성별을 본 것이 아니다’라는 알레마니의 말은 그동안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이례적이라고 분류하던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In this biennale, the modifier “first” was often attached. Many media outlets focused on how Alemani chose to focus on minorities, unlike the past, in terms of the gender, race, nationality, and career of the artists who participated in the exhibition. For example, it was the first time that 90% of the participating artists were female, and the Golden Lion awards, the biennale’s highest honor—and divided into the categories of artists, national pavilions, and lifelong achievement award—were all given to women. People paid particular attention to this unconventional ratio of gender. However, if you think about what Alemani said in response to this fact, “I look at the artwork. I don’t look at gender,” then it’s understandable that while this may seem unusual statistically, it is actually quite a natural way to approach the subject.

Alexandra Exter-Bambole Edison,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 Photo by Roberto Maross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알렉산드라 엑스테르Alexandra Exter의 작품과 에디슨의 ‘말하는 인형’ 관련 자료 © Photo by Roberto Maross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캐링턴이 직접 쓰고 그린 『꿈의 우유』 속 글과 그림은 상반된 내러티브로 전개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서로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이런 방법론을 좇은 알레마니는 본전시에서 ‘전시 속 전시’로 다섯 가지 ‘타임캡슐’을 설정해 관객의 관심을 높인다. 각 캡슐은 ‘마녀의 요람’, ‘군단 궤도’, ‘마법화의 기술’, ‘잎사귀, 박, 조개, 그물, 가방, 보자기, 자루, 병, 냄비, 상자, 용기’, ‘사이보그의 유혹’으로 구성된다. 전시 전반에는 미술사에서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던 신비롭고 강렬한 예술가가 다수 등장하는데, 과거의 오래된 이미지가 여성주의와 포스트 휴먼을 현대적으로 아우르는 상황은 놀랍다. 타임캡슐에 담긴 19~20세기 작품은 캡슐을 둘러싼 동시대 작품과 조화를 맺고 서로 충돌하며 ‘인간 존재의 변화와 새로운 정의’라는 메시지를 관통한다.

The text and paintings in The Milk of Dreams, all written and drawn by Carrington, seem to develop through contradictory narratives, yet remain in close contact with each other. Alemani, who follows Carrington’s methodology, deepens the viewer’s interest by setting five “time capsules” that are exhibitions within the main exhibition itself. As if politely knocking on the old, worn-out barrier of prejudice, the capsules consist of “The Witch’s Cradle,” “Corps Orbite,” “Technologies of Enchantment,” “A Leaf a Gourd a Shell a Net a Bag a Sling a Sack a Bottle a Pot a Box a Container,” and “Seduction of the Cyborg.” As these titles reveal, it is surprising that a large number of mysterious and powerful female artists who have not been properly mentioned in art history appear, and that images from the distant past encompass feminism and posthumanism in a very contemporary way. The 19th- and 20th-century works contained in these time capsules attempt to talk to each other by creating harmony and conflict with the contemporary works surrounding the capsules. This particular artistic endeavor penetrates the core theme of the exhibition, which is the “change of human existence and its new definition.”


Overview of Arsenale CAPSULA 5,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 Photo by Roberto Maross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본전시의 ‘캡슐 5’ 설치 전경 © Photo by Roberto Maross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초현실주의 작가의 창작 방법론을 긴밀하게 따라가며 알레마니가 그리고자 했던 ‘꿈의 우유’는 무엇일까? 꿈은 자유롭고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현실의 두려움, 이루지 못한 욕망과 긴밀하게 이어진 인간적인 요소다. 알레마니는 우리 시대의 과학, 예술, 신화에 만연한 가능성과 두려움을 길어 올리며 초현실주의를 발판 삼아 질문을 던진다. “생명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이며, 식물과 동물, 인간과 비인간을 구별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행성, 다른 존재, 다른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

What was the “milk of dreams” that Alemani wanted to present as she closely followed the methodology of a surrealist writer and painter named Leonora Carrington? For humans, dreams are elements that are free and full of possibilities but are closely related to the fear and unfulfilled desires we carry in reality. Alemani’s main exhibition simultaneously reflects the possibility and fear prevalent in the science, art, and mythology of our time in light of the reality that the survival of human beings and other creatures is today threatened. The questions asked in the exhibition are extended to the following areas that use surrealism as a stepping stone: “What makes up life, and what distinguishes plants from animals, as well as humans from non-humans? What are our responsibilities to other planets, other beings, and other creatures?”

“생각해보면 우리는 초현실주의가 활발히 전개했던 시기와 아주 비슷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몰라요. 초현실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의 잔해에서 생겨났어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는 극우 정부를 생각하면 더욱 비슷하죠.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의 예술가 역시 초현실주의 태동의 시기와 유사한 방법론으로 상상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 세실리아 알레마니와 도디 카잔지안의
《보그》 2022년 4월 18일 인터뷰 중에서

“If you think about it, we are maybe living in a very similar time. Surrealism was born out of the dust of the First World War. It was a very politically engaged movement, like now with what’s happening in Ukraine. But also if you think of the last six, seven years with Trump or the many conservative and reactionary governments that are popping up everywhere, I think it’s likely a very similar time. So maybe artists are using similar methodologies to respond to this time.”

— Cecilia Alemani, Interviewed by Dodie Kazanzian for Vogue, April 2022

Kiki Kogelnik,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 Photo by Roberto Maross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키키 코겔니크Kiki Kogelnik의 작품 © Photo by Roberto Maross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휴머니즘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지구상 모두가 당면한 철학적 과제다. 캐링턴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이 동물로 변하고, 또 기계가 되는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는 급진적인 상상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체를 기계로 무한하게 보완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기술 낙관론과 자동화 그리고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어떻게 인간의 상호작용을 유지하고 다각화할 수 있을까? 개인과 기술의 관계, 신체와 지구 사이의 연결, 신체의 변형에 초점을 맞춘 이번 비엔날레는 ‘인간은 공생의 거미줄에 속한 일부’라는 깨달음을 관객과 공유한다. 본전시의 굵직한 흐름과 곳곳에 배치한 타임캡슐의 존재는 결국 ‘공생, 연대, 자매애’를 중심에 둔 지속가능성에 대한 제안과 조화롭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Imagining the future of humanism is a philosophical task facing everyone on the planet, regardless of technology, art, society, and politics. Just as a character in Carrington’s work turns into an animal and then becomes a machine, we need a radical sense of imagination. In the isolation and trauma caused by the pandemic of the last three years, those who have gained a screen that reflects ourselves have now achieved a new lens in which to view reality. How can human interactions be maintained and diversified amid technological optimism that promises to complement the human body infinitely with technology, and amid automation and artificial intelligence? With a focus on the relationship between individuals and technology, the connection between the body and the Earth, and the transformation of the body, this year’s biennale shares with audiences the realization that human beings are part of the web of symbiosis. The harmonious connection between the main exhibition’s overall flow and the “time capsules” placed here and there was ultimately a proposal for imagination towards sustainability centered on symbiosis, solidarity, and sisterhood.

Overview of Pad Centrale CAPSULA 1,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 Photo by Roberto Maross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본전시의 ‘캡슐 1’ 설치 전경 , 59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The Milk of Dreams, © Photo by Roberto Maross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한편, 전시 전반에 걸쳐 눈에 띄는 방법론으로 진열장(cabinet)을 꼽아본다. 그동안 박물관의 진열장은 취향의 위계에서 비롯한 미술관 전시의 성격과 권위를 상징하는 물품이었다. 16세기 탐험가로 활동하던 유럽의 귀족 계층이 제 취향대로 골라 모은 희귀한 기념품을 진열장에 보관한 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전시라는 개념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비엔날레는 이런 진열장의 역사적 맥락을 역으로 차용한다. 진열장은 미술사에서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신비로운 여성 예술가들, 현대적인 개념과 시각을 탑재한 초현실주의 미술가의 급진적인 작품, 파격적인 미래주의 양식이 담긴 글과 이미지를 품는다. 그러면서 제국주의, 이성과 논리, 남성, 이성애 등 과거 주류 세력이 역사를 구성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반성했다. 즉 이번 진열장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소중히 꿈꿀 만한 약속을 담은 상자였다. 전시라는 ‘그릇(container)’에 작품을 그러모은 이번 본전시는 갈피를 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 예술의 존재와 형식을 고민하는 예술가 모두 한 번쯤 들이켜 볼 법한 ‘꿈의 우유’다.

On the other hand, we must mention “cabinets” as a methodology that was remarkably witnessed throughout the exhibition. Until now, a museum’s cabinet has been a symbol of the nature and authority of the museum exhibitions triggered by the hierarchy of the organizer’s tastes. This is because the earliest exhibitions in Europe were put on by European aristocrats. These same people were also active as explorers in the 16th century, collected rare souvenirs according to their tastes, and kept these objects in their cabinets. This exhibition did the opposite, borrowing the concept of cabinets within the context of this historical hierarchy. The cabinet contained mysterious female artists who had not been properly mentioned or cited in art history, radical works by surrealist artists with contemporary concepts and visuals, and texts and images containing unconventional futurist styles. This was a showcase that actively reflected on the way the existing mainstream—centered on imperialism, Western reason, males, and heterosexuality, for example—constituted history. This showcase was also a cabinet as a treasure box which contained precious promises that we can dream of while living in the pres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