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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티스트의 물리적 화합
니콜라스 베커 X 안나 칼로사
Intersections Beyond Boundaries - Anna Galtarossa x Nicolas Becker
혼합물과 화합물은 다릅니다. 혼합물은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이지만 각각의 성질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반면 화합물은 서로 단단하게 결합하여 새로운 물질이 되어 물질의 성분 자체가 다른 성질을 가지게 되지요. 이 화합물은 물질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약하는 아티스트들의 만남에서도 화학적 시너지는 발휘됩니다. 기아는 서로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이 ‘페어링’하여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를 지난 4월 ‘밀라노 디자인워크’에서 선보였습니다. 바로 전시 였습니다. 두 작가가 경계 너머의 창의적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이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 안나 칼타로사Anna Galtarossa와 니콜라스 베커Nicolas Becker가 협업한 ‘The Spirit of Disco’를 소개합니다.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는 안나 칼타로사(이하 안나)는 움직이는 키넥틱 아트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니콜라스 베커(이하 니콜라스)와 사운드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The Spirit of Disco’만의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죠. 《기아 디자인 매거진》에서는 두 아티스트가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스토리, ‘페어링’의 의미를 어떻게 견지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니콜라스 베커는 영화 사운드의 세계에서 다방면에 걸친 거장으로, 사운드 디자이너, 폴리 아티스트,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 사운드 디자인에 있어 각 프로젝트에 맞는 맞춤형 마이크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이 방법은 그의 작업과 현대 미술의 영역을 엮어낸다. 특히 니콜라스는 2021년 4월 다리우스 마더Darius Marder 감독의 걸작인 로 아카데미 음향상을 수상했다. Mixtures and compounds are different. In a mixture, the original substances retain their individual properties, whereas a compound is a new substance that binds tightly together and becomes a new substance with a new property. Chemical synergy is not limited to substances; it also happens when artists from different fields collaborate. Kia presented a story of artists from different fields “pairing up” to create something new at the Milan design week last April. The title of the exhibition was Opposites United: Intersections Beyond Boundaries and it featured 'The Spirit of Disco', a collaboration work between two artists active in different fields, Anna Galtarossa and Nicolas Becker, to showcase their creative work across boundaries. Anna created a kinetic artwork and worked with Nicolas to find the right sound for her work, which culminated in The Spirit of Disco. Kia Design Magazine delved into the processes invovled in this collaboration, the story behind the process, and their perspectives on the meaning of 'pairing up'. My name is Nicolas Becker, I was born in France in 1970. I’m a foley artist, sound designer and composer. I have been working with sounds for 35 years. I live in Paris but work with people all over the world. I am Anna Galtarossa, I was born in Italy in 1975. I’m an artist and I’ve been working most of my life on sculptures and installations, mostly things that move. My art is generally very colorful, and my pieces prefer to be outside the protection of museums and galleries. I had my first exhibition as an artist in 2004, at the Spencer Brownstone Gallery, and they still represent me to this day.
나무는 숲의 에너지로
아뜰리에형준, 이형준
Pipe fittings grow into trees,
creating an energetic forest
익숙한 소재가 조금도 익숙하지 않은 오브제로 탄생한다. 가열이나 냉각 같은 물성 변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 번쩍거리던 금속은 나이테를 두른 나무가 되고 차가움은 따스함이 된다. 이 변화는 파이프 피팅이라는 산업 부품을 찾아낸 덕이다.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는 많지만 산업 부품 파이프 피팅을 통해 대조적인 자연을 그려내고 있다는 건, 작가의 놀라운 발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작가는 인공을 자연에 한 발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지속적인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인공으로 자연을 만드는 아티스트의 다음 발상과 상상이 궁금하다면? 은근한 금속 냄새와 고요한 용접이 기다리는 금속조각가 이형준의 신세계로 입장할 시간이다. 2호선 문래역에서 내려 우체국이 있는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일렬로 정렬한 철공소들이 나타난다. 오래전 문래동은 끊임없이 귀가 먹먹해지는 쇳소리와 시야를 가리는 먼지바람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철공 단지였다. 집이 있던 보라매공원부터 4~5킬로미터를 하릴없이 걷곤 했던 소년에게 쇳가루와 분진이 날리는 문래동 철공 단지는 반짝반짝 빛나는 신기하고도 신비로운 보물섬이었다. 예술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탄생한다고 했던가. 유일하게 활기찬 것이라고는 기계들뿐이었을 그곳에서 소년은 이미 무한한 가능성을 목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가능성의 무한한 자유로 자라났다. 철공과 예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조합으로 이루어진 미로를 사뿐한 발걸음으로 작가 이형준은 부유한다. 평범한 산업용 파이프 피팅Pipe Fiffing을 구부리고 잇고 두드리고 줄을 그어 완성한 선반은 우리가 ‘선반’으로만 알고 있던 것의 범주를 과감히 초월한다. 페르낭 레제Fernand Léger의 입체주의 그림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설계 도안에서 본 것 같기도 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형태가 자꾸만 시선을 붙든다. ‘파이프 피팅’은 피상적 포맷에 불과할 뿐, 어쩌면 아티스트는 아트와 퍼니처, 예술과 실용, 냉기와 온기, 인공과 자연 등 하나가 될 수 없는 둘을 ‘피팅’하려는 시도와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게 아닐까. 《기아 디자인 매거진》은 실험적 예술가이자 예리한 관찰자, 진지한 실험가인 이형준, 그에게 묻기 시작했다. Familiar materials are transformed into unfamiliar objects. Shiny metal pieces become wood complete with tree rings, without undergoing any heating or cooling processes, creating cold objects that radiate with warmth. Such transformation is made possible thanks to pipe fittings also known as pipe connectors. There are many artists who work with stainless steel, but an artist using pipe fittings to depict objects from nature is unprecedented. Hyungjun is on a continuous journey to bring artificial objects a step closer to the nature. We invite you to the world of metal sculptor Hyungjun Lee and explore the artist's next ideas. In Seoul, there is a street full of ironworks located near Mullae subway station. Decades ago, Mullae-dong was an ironworks complex full of sound and dust. During his childhood, Hyungjun used to walk several kilometers from his home near Boramae Park to the ironwork complex and was fascinated by it. It is said that art is born in unlikely places. Indeed, Hyungjun saw infinite possibility in the noisy and dusty complex full of industrial machinery. Somehow, Hyungjoon Lee floats through a maze of seemingly disparate combinations of industrial ironworks and crafting arts effortlessly. For example, his shelves which are made by bending, connecting, hammering, and lining ordinary industrial pipe fittings, boldly transcends the traditional boundary of shelves. The familiar yet unfamiliar shapes that seem to have come from a cubist painting by Fernand Léger or a design drawing by Leonardo da Vinci, draw our attention. The artist is using 'pipe fittings' as a medium, experimenting to blend two unlikely ideas and objects, such as art and furniture, art and practicality, coldness and warmth, man-made and natural. Kia Design Magazine interviewed Hyungjun Lee, a daring artist, keen observer, and serious experimenter, on what he is trying to achieve.
이방인이 담은 한국의 집
잉고 바움가르텐
Familiarity transformed into the unfamiliar The ordinary perceived through the exotic eyes, A foreigner’s portrait of a Korean house Ingo Baumgarten
풍경이 익숙해지면 우리는 그것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 채 스쳐 지나친다. 하지만 익숙한 듯한 풍경 속에서도 섬세한 관찰을 통해 익숙한 것을 낯설게, 평범한 것을 아름답게 화폭에 풀어내는 이가 있다. 바로 독일 화가 잉고 바움가르텐(이하 잉고). 일상에서 건축의 구조, 소재 등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상상을 스토리텔링 하여 잉고만의 시선을 만들어 낸다. 잉고의 그림을 마주하면 마치 ‘이상한 나라 앨리스’로 빨려가듯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우리는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풍경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16년째 한국에 살면서 서울을 관찰하며, 한국의 주택과 건물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리며 한국인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잉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일의 서부 하노버 교외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 학생은 풍부한 문화가 있는 대도시를 동경했고, 미술학도이자 젊은 예술가가 되고자 파리로 떠났다. 독일에서 학업을 마친 후 ‘파리 시각예술고등예술원 Institute of Higher Studies in Visual Arts Paris’에 합격하여 초대받은 것. 그곳에서만 머물지 않고, 대만, 일본, 한국으로 유랑해왔다. 다문화적 관점을 견지한 잉고는 2008년 홍익대학교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1970년에서 1990년 사이에 지어진 콘크리트 주택에 매료되어 한국의 집과 건물을 화폭에 담고 있다. 잉고 바움가르텐이 한국의 주택에 매료된 데에는 유럽에서 나고 자란 환경이 한몫했다. 대부분의 유럽은 일률적으로 집을 짓는다. 지붕의 규격, 방의 구조 등 하나하나 정해진 법규가 있고, 집을 보수하기 위해서는 20년 정도가 흘러야 한다. 반면, 한국의 주택은 전통과 현대의 대비가 뚜렷하면서도 주택의 구조나 형식이 저마다 다르다. 이 대비 속에서 한국인들의 개성이 묻어 있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잉고의 시선을 끌었다. 그런 잉고는 한국인이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지붕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마치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이방인 시선에서 한국 주택은 영감의 원천이었고, 한국 주택이나 건물의 한 단면을 극대화하여, 자신만의 상상을 더해갔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은 한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이지 않은 잉고 바움가르텐만의 세계가 궁금했다. 한국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지, 그 매력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등 한국을 바라보는 잉고의 관점이. When we become familiar with a landscape, we often pass by it without much thought or feeling. Yet, there are those who, through careful observation, manage to transform the familiar into the unfamiliar and the ordinary into the beautiful, expressing it through drawing. One such individual is the German painter Ingo Baumgarten. He explores the structures and materials of architecture in everyday life, weaving his unique imagination into a distinct storytelling style. Encountering Ingo's artwork feels like being drawn into a new world, much like being pulled into "Alice in Wonderland." This prompts us to revisit the landscapes we once overlooked. And this is the beginning of the story of Ingo, who has been observing Seoul after living in Korea for 16 years and interpreting its houses and buildings in his own way, and engaging with the local people. Born in Hanover, West Germany, later raised up in a small town close to Düsseldorf, Ingo spent his school days there. He always longed for the rich culture of the big cities and set off for Paris to pursue his dream of becoming an art student and a young artist. After ending his studies in Germany, Ingo was accepted and invited to the Institute of Higher Studies in Visual Arts Paris to study. Not limiting himself to Paris, he also traveled to Taiwan, Japan, and Korea. Embracing a multicultural perspective, Ingo settled in Korea in 2008, becoming a professor at Hongik University to teach fine art. Captivated by the concrete houses built between the 1970s and 1990s, he brings Korean homes and architecture to life on canvas. Ingo Baumgarten’s fascination with Korean houses can be traced back to his upbringing in Europe. In most parts of Europe, houses are built uniformly, with specific regulations governing aspects like roof dimensions and room layouts. There are strict laws in place, and houses typically require about 20 years to undergo renovations. In contrast, Korea displays a stark contrast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ty, with each home having a unique structure and design. This contrast and unique features of each house caught Ingo’s eyes. And he was inspired by the roof, something many Koreans might pass by without a second thought. “It felt like hands clasped together in prayer,” he remarked. From the foreigner’s point of view, Korean homes were a source of inspiration. By magnifying particular elements of Korean houses and buildings, and blending them with his own imagination, he portrayed the landscapes of Korea in his art. was curious about Ingo Baumgarten's unique world, one that feels both distinctly Korean and yet not, through the eyes of a foreigner. What was it about Korea that attracted him? How did he translate that allure into his work? And how does Ingo perceive the country?
자연과 사람 예술의 어울림
스페이스미조
Creating intricate synergy with nature, people, and art
Space Mijo
보통 건축 설계에 반영해야 하는 주변 상황이나 맥락을 ‘콘텍스트(Context)’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이 때문에 건축가에게 있어 콘텍스트는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는데요. 도시재생이라면 더욱더 이 콘텍스트는 건축가에겐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실험과 도전으로 기존 건축물과 차별화하면서도, 기존 건축물이 가진 주변의 맥락과 어울림은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 명제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낯설면서도 익숙한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스페이스미조입니다. 남해안의 드넓은 바다, 어선이 그득한 미조항, 그 뒤로 펼치는 산과 여러 섬이 중첩되어 만들어낸 한국화에서 볼 법한 풍경. 이 중심에 스페이스미조를 설계한 박석희, 이선희 건축가가 있습니다. 두 건축가는 미조항의 콘텍스트를 한국의 미감으로 풀어내기 위해 기존 건물의 골자는 그대로 두고, 미조항의 풍경과 어울리도록 스케일은 줄여갔습니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이 ‘스페이스미조’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건축가로서 도전과 시도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현대적 이름을 달았지만 한국적 미감으로 풀어내 미조항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어울림. 《기아 디자인 매거진》에서 두 건축가가 써 내려간 스페이스미조의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필자는 몇 해 전부터 ‘천년의 탐사대’를 꾸려, 한국 건축의 흔적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최근에 알게 된 것은 부여에서 시작해, 고(句)려, 백제, 신라, 다시 고려, 그리고 조선.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에 대한 한국인의 미감이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으며, 전 국토에 걸쳐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발견의 한복판에 서면 필자는 한국의 건축가로서 이것을 현대 건축에 스며들도록 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고유섭 선생이 우리나라의 미감을 정의한 ‘구수한 큰 맛’을 교본 삼아, 건축을 해나가면서, 필자의 설계는 도면에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각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스페이스미조는 이러한 감각의 복합적인 상승 관계를 이끌어내는 작업이었다. In architecture, the word 'context' usually refers to the surroundings or factors that must be reflected in a design. For this reason, context is often a source of inspiration for architects, especially when it comes to urban regeneration. Context is even more central for architects when designing new buildings, as they need to experiment and differentiate themselves from the existing architecture, while still blending in with the surroundings and existing buildings. Space Mijo is a fine example of the successful fusion of unfamiliar and familiar elements. Mijo Port boasts a picturesque view with the vast blue ocean dotted with fishing boats, and layers of small islands and mountains. Two architects, Park Seokhee and Lee Sunhee created Space Mijo by redesigning an old warehouse to enable it to blend in at the Mijo Port whilst having a distinctive touch of Korean aesthetics and retaining its basic structure. Space Mijo is designed as a cultural complex yet has elements of traditional Korean aesthetics, thanks to the designers’ successful take on incorporating distinctive Korean aesthetics into its design. This makes Space Mijo a perfect item to be in the spotlight in the Kia Design Magazine. Read on to learn all about the story of Space Mijo written by the two architects. For many years, we have traveled around the country, exploring, and discovering different Korean architecture. Over time we learned that the Korean sense of beauty has changed over time, as different dynasties have risen and fallen, from Buyeo to Joseon. We also learned that elements of Korean aesthetics have been dispersed over time, and regions are intricately connected across the entire country. Upon discovering all this, we became eager to translate it into contemporary Korean architecture. Late art historian, Ko Yoosup, summarized traditional Korean beauty as ‘profound savory taste’. We used this as a guideline in the Space Mijo project, which led to some wonderfully complex sensory beauty that could not be expressed in a drawing. The project was all about achieving a complex synergy of sensory beauty.
새로움을
향한 무한한 자유
Unlimited Freedom Toward Newness
자개, 레진, 나무 등을 재료로 활용해 독특한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헤어 아티스트 가베와 식물에 인공적 재료를 더해 외계 식물이라는 이색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플랜트 아티스트 하이이화. 익숙한 소재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두 아티스트의 작업은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Opposites United)’에 대한 신선한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더 이상 새로운 게 있을까 싶은 영역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신선한 작품을 맞닥뜨리며 경이로운 감정이 고양될 때가 있습니다. 헤어 아티스트 가베와 플랜트 아티스트 하이이화는 이런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가입니다. 자개, 레진, 나무 등을 소재로 헤어 스타일링의 신세계를 보여주는 가베는 영감의 원천이 어린 시절의 기억에 있다고 고백합니다. 동양미술과 불교에서 영향을 받은 하이이화는 식물과 전자부품으로 낯선 외계 식물을 만듭니다. 두 아티스트는 익숙함에서 출발해 작품세계를 자유롭게 확장하며 새로운 창의성(New Creativity)을 선보입니다. 안녕하세요. 헤어 아티스트 가베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공적인 요소와 식물을 결합해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미지 세계의 외계 식물을 만드는 플랜트 아티스트 하이이화입니다. Gabe, a hair artist, creates unique hairstyles using mother-of-pearl, resin, and wood, while HA I I HWA, a plant artist, creates alien plants by adding artificial materials. The work of these two artists, who create new visual experiences with familiar materials, provides fresh inspiration for “Opposites United.” Sometimes, in an area where you think there cannot be anything new anymore, you come across something fresh that exceeds your wildest expectations and inspires a sense of wonder. Hair artist Gabe and plant artist HA I I HWA are two such surprising artists. Gabe, who uses mother-of-pearl, resin, wood, and other out-of-the-ordinary materials to showcase a new world of hairstyling, confesses that his inspiration comes from childhood memories. HA I I HWA, on the other hand, is influenced by Eastern art and Buddhism. She creates strange alien plants using plants and electronic parts. These two artists offer viewers a new sense of creativity by starting from the familiar and pushing the boundaries of their respective art worlds. Hello. I’m hair artist Gabe. Hello. I’m HA I I HWA, a plant artist who combines man-made elements with plants to create alien plants from uncharted worlds that we can’t experience here in the real world.
Let’s
Enjoy Your Discovery!
Let’s Enjoy Your Discovery!
지난 6월 기아글로벌디자인(이하 기아디자인)으로부터 조직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설계를 제안받았다. 자동차 디자인은 많은 디자이너들이 서로 협업하며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디자이너 개인의 크레딧보다는 조직을 우선하는 편이다. 특히 커다란 포부와 의욕을 가지고 입사한 디자이너가 디자인 작업에 몰두한 지 3~5년 정도 되면 리셋을 위한 리프레시가 필요해진다. 이를 위해 창의적 사고를 재충전하는 맞춤형 1일 워크숍 기획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였다. 워크숍을 통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걸까, 조심스레 물어보니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밑줄이 필요한 단어로 빼곡한 문장들에는 구성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기아디자인의 진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특히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라는 철학 아래 많은 이들의 영감을 총체적으로 모아 결과물을 도출하는 조직 입장에서, 그 근본을 이루는 디자이너 개인의 정체성과 브랜딩에 신경을 쓰고 계속 소통하려 노력한다는 점은 명징했다. 게임 디자인을 바탕으로 몰입형 워크숍(immersive workshop)을 진행하는 우리 ‘놀공NOLGONG’의 장기를 활용하면 조직과 개인에게 모두 도움 되는 흥미로운 장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In June 2023, I was approached by the Kia Global Design Division (hereinafter Kia Design) to organize a workshop that would revitalize their organization. Automotive design is a process where many designers collaborate to complete a product, so the organization tends to take precedence over individual designer credits. That is especially true for designers who joined the company with great ambition and motivation yet could still use a boost of momentum to reset themselves after three to five years of such immersive design work. The key was to design a customized one-day workshop to recharge their creative batteries. After carefully asking them what they wanted to do during the workshop, I narrowed it down to a few things. Kia Design’s sentences, filled with words that needed to be underlined, contained the organization’s sincere desire to help its members. In particular, it was clear that as an organization that collectively harnesses the inspiration of so many people to produce results under Kia’s design philosophy, “Opposites United,” it still cares about the identity and branding of each designer—which becomes the organizational foundation—and tries to continue communicating with them on an ongoing basis. I thought we could create an exciting opportunity that would benefit both the organization and the individuals themselves by leveraging NOLGONG’s extraordinary ability to conduct immersive workshops based on game design.
디자이너 로베르트 클로스.
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Designer Robert Klos. Hear his various stories.
아주 어릴 때부터 자동차, 기차, 자전거를 참 좋아했어요. 몇 살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기계적인 면모를 띤 움직이는 사물에 항상 관심을 빼앗겼죠. 아파트 창밖을 내다보며 저 멀리 지나가는 열차의 화물칸 갯수를 세곤 했다니까요. 동네에 처음 보는 차가 지나가거나, 큰 트럭을 발견할 때면 뛸 듯이 기뻐했던 경험도 기억나네요. (웃음) 또 다른 취미는 그림 그리기였어요. 건축물이나 아파트 설계도를 그렸는데, 건축사무소에서 일하시던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자동차도 자주 그렸습니다! TV에 나온 F1 자동차를 따라 그리곤 했죠. 제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계기가 있어요. 14살 때 제 사촌이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가 만든 작업물을 본 순간 깨달았죠. ‘내가 하고 싶은 건 바로 이런 거였어!’ 저는 제품 디자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릴 적부터 늘 제 넋을 빼놓던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어요.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당시 제가 살던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자동차 회사가 없었고,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할 길도 묘연했어요. 그래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공부를 했답니다. 시간이 흘러 2017년부터는 기아유럽디자인에서 일할 수 있었죠. 지금 이렇게 《기아 디자인 매거진》과 인터뷰를 하는 거 보니, 결국 꿈을 이룬 게 아닌가 싶네요. 하하. Ha, that’s a very tricky yet straightforward question. The answer to it might be a bit too long, though, if I would go into every detail. Anyway… Ever since I can remember, I have been fascinated by cars, trains, and bicycles; I have no idea why. Everything that was moving and had some technicality always got my attention :). I remember looking out the window of the flat I lived in as a kid and counting wagons of trains passing by in the distance. I remember feeling super happy seeing a new car or big truck on our street. Also, for some reason, I can’t explain why I was drawing a lot: architecture and plans of the apartments (I think my grandma, who was working in the architecture office, influenced me a bit; my dad is a fantastic drawer, too, by the way!) And, of course, I was drawing cars! Especially F1 Cars when I watched it on TV (I was six years old). Things evolved quite a bit over the years, and finally, when I was 14, I got interested in art and design. My cousin was studying Product design and showed me some stuff he was working on. BUM, that was it! I decided to take it a step further and try car design, even though we didn’t have any car design school or car industry in Poland. It took some time, some moving to different countries and learning, but hey, now I am here, talking to Kia Design Magazine, so I think things worked out quite well in the end :)
선입견을 넘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
Beyond Prejudice: Advancing Toward a World of Infinite Possibilities — Nana Youngrong Kim, Drag Artist
나나영롱킴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드랙 아티스트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배우의 길을 모색했지만, 남녀의 고정된 성역할과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관습적 연기에서 한계를 느끼던 그는 우연히 드랙 아티스트를 조명한 영화 〈프리실라〉와 〈헤드윅〉을 접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드랙 아티스트의 화려한 의상과 소품에 마음을 빼앗기며 드랙 문화에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기존의 클럽 무대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 예술 장르에 도전하며 ‘성소수자들만의 문화’라는 드랙의 선입견을 허무는 데 지속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마마무, 박효신, 유노윤호 등 다양한 K팝 아티스트와 협업했고, 럭셔리 브랜드 베르사체, 모스키노, 로에베, 루이 비통 등의 러브콜을 받았으며, 코스메틱 브랜드 헤라HERA의 캠페인 모델로 활동하며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발매했다. 그는 드랙을 주제로 한 개인 다큐멘터리 〈NA, NA〉를 제작하고, 한국 드랙 아티스트로는 유례없이 사진전을 여는 등 드랙 문화의 확장성을 계속 증명하는 중이다. Korea’s drag culture, once considered “cross-dressing” and enjoyed by just a small group of people, is now entering a new phase. Today, different definitions and categories of drag culture are emerging, and drag artists are expanding into a variety of genres. One name on this new cultural map is Nana Youngrong Kim, one of Korea’s leading drag artists. As a drag artist, Kim embraces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diversity of genres, direct proof of his belief that drag is the act of being able to be absolutely anything. Drag culture is a liberating medium in that it can help anyone in the world move forward in the direction of their choice. Kia Design Magazine met up with Kim and listened to his perspective and attitude to change many of the stereotypes surrounding drag and highlight the infinite possibilities of drag culture as a driving force to enrich our times.

디자이너 로베르트 클로스. 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Designer Robert Klos. Hear his various stories.

Q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Q1.
Hello. Please introduce yourself briefly.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로베르트 클로스Robert Klos입니다. 2017년 기아유럽디자인에 입사해 약 6년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했어요. 지금은 퓨처 디자인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Hey, my name is Robert Klos. I come from Warsaw, Poland, and am Currently a member of the future design team at Kia Europe Design; I was previously an interior designer here.

Q2.
지금의 커리어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Q2.
Why did you choose your current career?

아주 어릴 때부터 자동차, 기차, 자전거를 참 좋아했어요. 몇 살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기계적인 면모를 띤 움직이는 사물에 항상 관심을 빼앗겼죠. 아파트 창밖을 내다보며 저 멀리 지나가는 열차의 화물칸 갯수를 세곤 했다니까요. 동네에 처음 보는 차가 지나가거나, 큰 트럭을 발견할 때면 뛸 듯이 기뻐했던 경험도 기억나네요. (웃음) 또 다른 취미는 그림 그리기였어요. 건축물이나 아파트 설계도를 그렸는데, 건축사무소에서 일하시던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자동차도 자주 그렸습니다! TV에 나온 F1 자동차를 따라 그리곤 했죠.

제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계기가 있어요. 14살 때 제 사촌이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가 만든 작업물을 본 순간 깨달았죠. ‘내가 하고 싶은 건 바로 이런 거였어!’ 저는 제품 디자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릴 적부터 늘 제 넋을 빼놓던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어요.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당시 제가 살던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자동차 회사가 없었고,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할 길도 묘연했어요. 그래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공부를 했답니다. 시간이 흘러 2017년부터는 기아유럽디자인에서 일할 수 있었죠. 지금 이렇게 《기아 디자인 매거진》과 인터뷰를 하는 거 보니, 결국 꿈을 이룬 게 아닌가 싶네요. 하하.

Ha, that’s a very tricky yet straightforward question. The answer to it might be a bit too long, though, if I would go into every detail. Anyway… Ever since I can remember, I have been fascinated by cars, trains, and bicycles; I have no idea why. Everything that was moving and had some technicality always got my attention :). I remember looking out the window of the flat I lived in as a kid and counting wagons of trains passing by in the distance. I remember feeling super happy seeing a new car or big truck on our street. Also, for some reason, I can’t explain why I was drawing a lot: architecture and plans of the apartments (I think my grandma, who was working in the architecture office, influenced me a bit; my dad is a fantastic drawer, too, by the way!) And, of course, I was drawing cars! Especially F1 Cars when I watched it on TV (I was six years old). Things evolved quite a bit over the years, and finally, when I was 14, I got interested in art and design. My cousin was studying Product design and showed me some stuff he was working on. BUM, that was it! I decided to take it a step further and try car design, even though we didn’t have any car design school or car industry in Poland. It took some time, some moving to different countries and learning, but hey, now I am here, talking to Kia Design Magazine, so I think things worked out quite well in the end 🙂

Q3.
CV를 보니 2017년 2월에 인턴으로 입사해 6월까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네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Q3.
You interned at the Kia Europe Design in February 2017 and
worked in the interior design department until June.
Why did you choose the interior design team?

인테리어 디자인은 단순히 스타일을 논하는 분야가 아니에요. 인간과 기계 사이를 어떻게 연결한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해요. 상호작용을 고려하면서 인터페이스도 살펴야 하고, 인체공학적인 측면도 놓칠 수 없죠. 말 그대로 사용자를 둘러싼 ‘안락한 실내(cocoon)’를 만드는 일인데요. 인테리어 디자인은 유저의 기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요. 좋은 인테리어 디자인은 탑승자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맡죠. 그래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지만, 그렇기에 늘 흥미로워요. 사실 저는 학교에서 자동차 디자인이 아니라, 제품과 그래픽, 그리고 산업 디자인을 공부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인테리어 디자인에 더욱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혹시 인테리어 스케치를 한 번이라도 해보셨나요? 관심이 생긴다면 꼭 해보길 추천할게요. 정말 흥미롭답니다. (웃음)

Interior design is fantastic to work on, hehe! It is not only about styling; it’s about ergonomics and feeling, and it’s about the connection between humans and machines. It is about interaction, interfaces, and functional ideas. It is about creating a “cocoon” that surrounds, energizes, or calms you down. Interior is something you interact with constantly, something that can genuinely influence your mood and well-being. Also, I did not study automotive design. I majored in product, graphic, and industrial design. The interior design department seemed much more interesting to me. And did you try to sketch an interior? It’s super fun!

Q4.
지금 기아유럽디자인 퓨처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주로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Q4.
You are working for the Future design team.
Please give me a brief explanation of your current work.

아, 제 업무는 일급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참 곤란한데… (웃음)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래를 예측하고 인류와 사회가 원하게 될 니즈를 미리 탐색하고 준비해요. 사회와 지속가능성, 인류의 행복을 위한 미래 시나리오를 연구하죠. 모빌리티와 관련된 내용도 다루지만, 이를 기반으로 더 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It’s a very top secret, but I’ll explain briefly. We are exploring and predicting future scenarios, problems, and needs for society, sustainability, and human well-being. Of course, it is related to mobility, but not only.

Q5.
기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을 기억하세요?

Q5.
When was the most thrilling moment working in Kia?
It’s even better if there’s an episode.

오, 물론이죠. 제 인테리어 스케치가 ‘이매진 바이 기아Imagine by Kia’의 쇼카에 선정됐었어요. 당시 갓 입사한 주니어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설레는 한편 무섭기도 했어요. 상상한 게 현실이 되는 순간을 직접 마주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경험 많은 동료들의 지원과 훌륭한 팀워크 아래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최근 참여한 콘셉트 카 인테리어 작업도 기억에 남아요. 운 좋게도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할 수 있었거든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한국이란 나라를 경험하는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The first thrilling moment was at the very beginning when I was a fresh junior designer, and my interior sketch got picked for the “Imagine by Kia” show car. It was terrifying and fascinating at the same time. It was an essential learning experience, with great teamwork and support from more experienced colleagues. It was amazing to see it becoming a reality. My favorite one, though, was the recent concept car interior design. Apart from the whole design process, I was lucky enough to travel to Korea several times, meet all the people, and experience your country. I loved it!

Q6.
지난 2021년 새로운 기아 디자인 철학
‘Opposites United(OU)’가 발표됐을 때
제일 처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Q6.
Kia’s design philosophy,
“Opposites United” (OU), was announced in 2021.
What did you think when you first encountered it?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좀 헷갈렸어요. 기존에 알고 있던 기아의 디자인 철학과는 꽤나 달랐거든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OU가 단순히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스타일링을 넘어, 훨씬 더 고차원적이고 종합적인 디자인 가이드라는 사실 말이죠. 덕분에 디자인을 대하는 사고가 더욱더 유연해지고, 창의적인 해석이 가능해진 것 같아요.

Honestly… I got confused at first. It was different from what we had before. That was honestly my first reaction. A few days later, I saw it’s a very well-thought, comprehensive design guide, much more than a simple, catchy styling statement. It gives lots of flexibility and openness for many creative interpretations.

Q7.
폴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생활했어요.
이런 성장 환경과 OU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Q7.
I heard you spent your school days in Poland, Germany, and Austria.
What is the connection between your growth environment and
OU that has been through many countries?

여러 문화권을 경험한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욱더 넓어졌어요. 특히 제가 나고 자란 폴란드는 대학교를 다닌 독일과 오스트리아와 비교해 사람들의 사고방식부터 경제 상황, 심지어는 풍경도 달랐어요. 그렇게 다른 문화를 마주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디자이너는 현실을 반영한 디자인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여러 나라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었어요. 다양한 시각으로 결과물을 살펴보며 ‘혹시 내가 지금 우물 안에서 허우적대는 건 아닐까?’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죠.

그리고 폴란드는 OU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요. 여러모로 한국과 닮은 점도 많고요. 폴란드 역시 큰 전쟁과 식민 지배를 겪었고,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거든요. 그래서 폴란드에는 전통과 기술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큰 회사는 없고, 외국 투자에 의존하는 편이지만 발전을 거듭하면서 수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했어요. 제 고향인 바르샤바를 방문할 때마다 한층 발전하는 모습에 놀랄 정도예요.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게임 〈위처The Witcher〉 시리즈도 폴란드에서 태어났죠.

That is right. Each country is very different from the others, especially Poland, compared to Germany or Austria: different People, different mindsets, different scenery, different economic situation. Experiencing living in those contrasting, diverse, yet similar places (we are all human, and we all have hopes and worries) helped to open my mind and to look at things from different perspectives. As designers, we reflect the reality around us, so it’s good to make sure we travel, experiment, and see as much as possible. Watching and living in different places is an excellent way to ensure you are not in a bubble.

Talking about Poland itself reminds me of Korea in many ways. Not having a straightforward history, struggling with wars and occupation in the past, and then developing rapidly during the last 30 years is a country full of contrasts. New meets old; technology meets tradition. Every time I visit Warsaw, my hometown, I am amazed by the new places, new businesses, and new, rapidly developing districts. For many years, we were a Country without any big industry, relying on foreign investments; now, it’s full of tech startups and innovation. The best example is CD PROJEKT RED, whose famous game series is The Witcher.

An illustration of the globally popular game The Witcher. © CD PROJEKT RED
전 세계적인 인기를 기록한 게임 〈위처〉 일러스트레이션. © CD PROJEKT RED

Q8.
OU가 센터 구성원에게 공유된 지 벌써 3년이 다 됐어요.
개인적으로 OU를 어떻게 해석하나요?

Q8.
It’s already been three years since the OU spread
with the internal members. How do you interpret OU?

OU는 상반된 가치가 공존을 꾀하며 상호보완을 통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디자인을 지향한다고 생각해요. 날렵하고 미래지향적인 익스테리어와 집처럼 편안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만날 때, 복잡한 기술과 친근한 상호작용이 어우러질 때 OU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이유 있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I like the idea that opposites can coexist and complement each other, creating harmony and balance. Imagine a super sporty, futuristic exterior contrasting with a functional and clean interior or something complicated and technical (a car) yet simple and friendly to interact with. Think about looking at something familiar yet being surprised. My favorite one is the “Joy for Reason” pillar. Everything we do should be functional, reasonable, and, most importantly, bring joy.

Q9.
동료와 일하다 보면 OU에 대해
각자 다양하게 해석할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의견이 있을까요?

Q9.
There will be various interpretations of
OU when you work with your colleagues.
I’m curious about your memorable colleague’s opinion.

3D 모델링을 진행할 때였어요. 외관과 내관의 3D 모델링이 서로 어울리지 않아서 다들 한숨을 쉬며 고민에 빠졌는데요. 그때 어느 친구가 “어라, 이거야말로 OU적인 디자인 아닌가요?”라고 말해서 모두가 순간 빵 터졌어요. (웃음) 그의 유머 덕분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여러 아이디어를 체크하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답니다.

Haha, that’s a tricky question. We all like the freedom it gives us as creatives. We also had many fun discussions that were more or less serious. For example, once interior and exterior 3d models didn’t match quite well during the early stage of the design process, one of the team members said, “Well, well, opposites united.” It was a joke, and it released some pressure that we all experience while working as designers.

Q10.
OU에 기반한 창의적 사고를 ‘OU적 사고’라고 정의할 때,
OU적 사고가 디자이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세요?

Q10.
There will be various interpretations of OU
when you work with your colleagues.
I’m curious about your memorable colleague’s opinion.

OU적 사고를 되뇌며 디자인적으로 흥미로운 대비를 찾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요. 덕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게 되죠. 또한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같아요. 실무에서도 저는 처음 아이데이션을 할 때 OU적 사고를 기반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상을 결합해 봐요. 그리고 이를 바로 결과물로 만들어 안전지대(comfort zone)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합니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OU적 사고를 활용할 때 늘 흥미로운 결과물이 탄생했던 것 같아요.

It forces you to find contrast and try different ideas. At the same time, it helps to focus on the right things. I constantly challenge my first ideas and get out of my comfort zone. For example, I sketched something that did not fit each other at the beginning. Most of the time, it brings some exciting results. Having OU’s main motto and supporting pillars helps focus on the right design ingredients from the very start.

Q11.
OU가 떠오르는 아이템을 소개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요.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Q11.
We asked you to introduce an item that reminds you of OU.
What kind of item is it?

제가 아끼는 자전거를 소개하고 싶어요. 2011년 구입해서 폴란드, 독일, 오스트리아를 거쳐 다시 독일에 오기까지 저와 늘 함께 한 친구입니다. 서비스 센터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해서 아주 만족해요.

It’s my beloved bicycle. I got it in 2011, and it traveled with me from Poland to Germany, Austria, and then back to Germany, covering most of my mobility needs throughout all these years without a single visit in the service 🙂

Q12.
자전거는 어떤 면에서 OU를 떠올리게 하나요?

Q12.
In what way does the object remind you of OU?

자전거는 ‘자유’와 ‘모빌리티’라는, 매우 복잡한 주제에 대한 아주 간결한 해답이라고 생각해요. 자전거는 사용하기에 간편하고, 다른 이동 수단보다 가볍기 때문에 매우 실용적인데요. 출퇴근부터 주말에 공원 갈 때도 언제든 쉽게 이용할 수 있죠. 버스나 기차에 실어 나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자전거는 ‘적을수록 풍요롭다(Less Is More)’라는 표현을 상기시키는 훌륭한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보고 있으면, ‘행복에는 너무 많은 것이 필요 없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그리고 저와 함께한 이 자전거의 프레임은 무려 3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텼답니다. 나이를 많이 먹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친구예요.

It is a straightforward answer to the complex topic of freedom and mobility. It is simple, light, practical, and brings great joy. I can use it to commute to work, enjoy it during the weekend, and take it to the bus or train with me. It is reasonable, cost-effective, and fun! The frame is over 30 years old and still looks attractive and relevant; it has yet to age. Old bicycles are a good reminder that very often, “Less Is More.” Sometimes, you don’t need much to create moments of happiness.

Q13.
이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이 당신의 OU 목록에 있을 것 같은데,
공유해주시겠어요?

Q13.
Other than this, various items will likely be
on your OU list. Can you share it?

반려묘 두 마리를 꼭 소개하고 싶어요. 남매 사이인데 생김새부터 성격까지 정반대예요. 첫째는 덩치가 크고, 성격이 순하며, 항상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반대로 둘째는 첫째보다 몸집이 훨씬 작아요. 매우 까다로운 성격이면서 동시에 시끄럽고, 늘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죠. 하지만 두 고양이 모두 제 삶에 정말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예요. 혹시 고양이 두 마리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계정 @cocobaika에서 꼭 살펴보세요!

My cats! They are siblings, brother and sister. They are total opposites. One is big, easy, and happy all the time. The second one is much smaller, demanding, loud, and complicated. Yet both bring a lot of joy and action into my life. Make sure to check their Instagram account: @cocobaika.

Roberto Klos’s two cats, Coco and Baïka.
로베르토 클로스의 반려묘 코코Coco와 바이카Baïka.

Q14.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보통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Q14.
I’m curious about your daily routine.
How do you usually spend your time?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커피를 내려 마셔요. 고양이 밥을 주고, 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아침을 먹습니다. 가끔은 체력 단련을 위해 헬스장에 가요.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마음이 상쾌해지더라고요. 하루를 살아가는 데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죠.

The first thing in the morning is coffee (and feeding the cats). Then shower and have a small breakfast. Sometimes, I manage to discipline myself, and I go to the gym. Good music or a good podcast is all I need there. It’s great when you start your day with something other than work; it keeps your mind fresh and gives you good energy for the rest of the day.

Q15.
평소 즐기는 개인적인
취미에 대해 알려주세요.

Q15.
Please tell me about your hobbies.
What do you usually do enjoyable?

저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특히 기발하고 색다른 영화를 좋아해서,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영화를 자주 봅니다. 그가 창조한 독특한 세계 속 캐릭터를 들여다보고, 기발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일은 언제나 즐거워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2005)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도 추천하고 싶어요! 더불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도 좋아합니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 문제를 꼬집는 영화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잖아요. 〈서던 리치: 소멸의 땅(Annihilation)〉(2018), 〈기생충〉(2019), 〈더 플랫폼The Platform〉(2020) 같은 영화가 대표적인 예일 것 같아요. ‘만약 내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빠진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고민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영화랍니다. 

I am very interested in movies and cinema, especially the ones that are weird and unconventional. I enjoy watching films by directors like Wes Anderson, who create unique and quirky worlds, characters, and stories. But my favorite movies are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and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Watching the second during one of the flights to Korea was a genuinely fantastic experience. Another type of movie that I enjoy is the one that makes me slightly uncomfortable and confused. I like challenging myself and seeing how I react in different situations and emotions. These movies are fascinating and stimulating, often revealing something about human nature and society. Some examples of movies that I enjoyed in this genre are AnnihilationParasite, and The Platform.

Q16.
디자이너에겐 창의력 고갈을 막기 위한 휴식이 필수잖아요.
혹시 노하우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Q16.
You’ll need regular breaks to prevent the depletion of creativity.
What actions or situations were practical? Please tell me your know-how. 

저는 가능한 한 아주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요.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창의력이 다시 샘솟는 편이거든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문화를 경험하고, 낯선 장소를 거닐며 시야를 넓히려고 노력합니다. 만약 여행이 여의치 않는 상황이라면, 직장에서라도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요. 예를 들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배우거나, PT를 준비할 때 새로운 템플릿을 써보는 거죠. (웃음)

I could improve at it. But it is essential to take a break from time to time. Traveling as far as possible is the best way to stay fresh and creative. Seeing different cultures and environments, different countries and their architecture, people, and habits is excellent for opening your mind and challenging your thinking. Creativity starts to flow again when your brain is full of new impulses and experiences. At work, always try to have fun and experiment with new things, try new software, or add some silly transition effect to your PowerPoint, haha. It is much easier to be creative while having some fun.

Q17.
혹시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디자이너가 있나요?
어떤 점이 당신의 마음을 흔들었나요?

Q17.
Do you have any designers you like or admire?
What shook your mind? 

좋아하는 디자이너 대부분은 제 지인들이에요.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도전을 하는지 가까이서 지켜보면 존경심이 들어요. 저도 자극을 받아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되죠. 특히 고향 친구 하니아Hania와 아가타Agata는 특별해요.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가죽 제품 브랜드 ‘발라간BALAGAN’을 만들었는데요.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두 사람이 소비자에게 제품의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거든요. 생산 비용이 60유로인 가방을 200유로에 판매하는 사실을 아는 순간 손님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두 사람의 행보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죠. 현재 두 사람은 인기에 힘입어 가죽을 대체하는 비건 제품을 만드는 데 몰두 중이에요. 주변 영세 기업과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존경하는 또 다른 디자이너, 마르친 루사크Marcin Rusak도 언급하고 싶네요. 바르샤바에서 함께 공부하며 알게 된 사이인데, 그는 자신을 예술가이자 다학제적 디자이너라고 소개해요. 마르친은 꽃 폐기물을 재료 삼아 재해석한 제품과 아트 오브제로 주목받았어요. 관심 있다면 그의 웹사이트(www.marcinrusak.com)를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Most of them are my friends or people I know and studied with. Seeing how they developed, pursued their dreams, and made bold moves is inspiring. My dear friends from Warsaw, Hania, and Agata are a great example. They always wanted to create their own business, so they found a niche in the market and started BALAGAN, a company focused on leather shoes, bags, and accessories. One of the main ideas of the business was full transparency towards its customers. Every time you buy a product, you can see where your money goes, how much were the materials, what amount of money goes to the supplier, what part of the price is their margin, and the list goes on and on. Many were worried that sharing all this information would make people less likely to buy the products since they could see that the bag that costs 60 euros to produce costs them 200 euros to purchase. But the result was the opposite: customers loved it! In their work, they also focus on sustainability. They are now developing genuine vegan alternatives to leather and helping the local community, supporting small businesses and leather companies in Poland. Another designer I admire and want to share with you is Marcin Rusak, a guy I studied with in Warsaw. He describes himself as an artist and multidisciplinary designer. His most famous work is a series of products and art objects based on reusing and reinterpreting flower waste. Please make sure you take a look at his website: www.marcinrusak.com

Q18.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당신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합니다.

Q18.
I’m curious about your perspective and
attitude toward design.

저는 ‘기쁨은 기능을 따른다’라는 말을 믿어요. 좋은 디자인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기에, 내 디자인이 정말 유용한지 끊임없이 고민하곤 합니다. 사람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점을 짚어내어 일상에 편리함을 더하는 일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다 아는 아이폰이 좋은 사례 같아요. 불과 15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휴대전화 버튼이 더 커지면 편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아이폰은 도리어 버튼을 없애고 터치스크린을 적용했죠. 덕분에 상상하지도 못한 편리함이 펼쳐졌지요.

We need to remember we are not designing only for ourselves. We must ensure that the things we create and spend hours on are helpful for the people we design them for. I imagine what I’m working on will bring positive emotions to the final customer. I could say “joy follows function” is something I try to achieve in my work. At the same time, we can create things that no one has even thought about before. When asked, customers 15 years ago said they wanted more oversized physical buttons on their mobile phones. Apple’s response was an iPhone without any physical buttons whatsoever. Now, we can’t imagine going away from touch screens.

Q19.
최근 관심을 끄는 게 있나요?

Q19.
What are some of your recent interests?

이미지 생성 AI를 주목하고 있어요. 아이디어를 몇 초 만에 시각화할 수 있으니까요. 디자이너의 작업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생성형 AI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설레면서도 두렵습니다. 

Recently, I got hooked on AI, especially image generation. What these tools have acquired in the last months is scary and exciting. It will significantly influence how we work, create, and express ourselves as creatives. When I get an idea, I can quickly visualize it in seconds and let my imagination run wild.

Q20.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요?

Q20.
How do you imagine yourself in 10 years?

그때도 여전히 행복하게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웃음)

Happy.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