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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티스트의 물리적 화합
니콜라스 베커 X 안나 칼로사
Intersections Beyond Boundaries - Anna Galtarossa x Nicolas Becker
혼합물과 화합물은 다릅니다. 혼합물은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이지만 각각의 성질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반면 화합물은 서로 단단하게 결합하여 새로운 물질이 되어 물질의 성분 자체가 다른 성질을 가지게 되지요. 이 화합물은 물질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약하는 아티스트들의 만남에서도 화학적 시너지는 발휘됩니다. 기아는 서로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이 ‘페어링’하여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를 지난 4월 ‘밀라노 디자인워크’에서 선보였습니다. 바로 전시 였습니다. 두 작가가 경계 너머의 창의적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이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 안나 칼타로사Anna Galtarossa와 니콜라스 베커Nicolas Becker가 협업한 ‘The Spirit of Disco’를 소개합니다. 전방위적으로 활약하는 안나 칼타로사(이하 안나)는 움직이는 키넥틱 아트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니콜라스 베커(이하 니콜라스)와 사운드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The Spirit of Disco’만의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죠. 《기아 디자인 매거진》에서는 두 아티스트가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스토리, ‘페어링’의 의미를 어떻게 견지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니콜라스 베커는 영화 사운드의 세계에서 다방면에 걸친 거장으로, 사운드 디자이너, 폴리 아티스트,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중 사운드 디자인에 있어 각 프로젝트에 맞는 맞춤형 마이크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이 방법은 그의 작업과 현대 미술의 영역을 엮어낸다. 특히 니콜라스는 2021년 4월 다리우스 마더Darius Marder 감독의 걸작인 로 아카데미 음향상을 수상했다. Mixtures and compounds are different. In a mixture, the original substances retain their individual properties, whereas a compound is a new substance that binds tightly together and becomes a new substance with a new property. Chemical synergy is not limited to substances; it also happens when artists from different fields collaborate. Kia presented a story of artists from different fields “pairing up” to create something new at the Milan design week last April. The title of the exhibition was Opposites United: Intersections Beyond Boundaries and it featured 'The Spirit of Disco', a collaboration work between two artists active in different fields, Anna Galtarossa and Nicolas Becker, to showcase their creative work across boundaries. Anna created a kinetic artwork and worked with Nicolas to find the right sound for her work, which culminated in The Spirit of Disco. Kia Design Magazine delved into the processes invovled in this collaboration, the story behind the process, and their perspectives on the meaning of 'pairing up'. My name is Nicolas Becker, I was born in France in 1970. I’m a foley artist, sound designer and composer. I have been working with sounds for 35 years. I live in Paris but work with people all over the world. I am Anna Galtarossa, I was born in Italy in 1975. I’m an artist and I’ve been working most of my life on sculptures and installations, mostly things that move. My art is generally very colorful, and my pieces prefer to be outside the protection of museums and galleries. I had my first exhibition as an artist in 2004, at the Spencer Brownstone Gallery, and they still represent me to this day.
나무는 숲의 에너지로
아뜰리에형준, 이형준
Pipe fittings grow into trees,
creating an energetic forest
익숙한 소재가 조금도 익숙하지 않은 오브제로 탄생한다. 가열이나 냉각 같은 물성 변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 번쩍거리던 금속은 나이테를 두른 나무가 되고 차가움은 따스함이 된다. 이 변화는 파이프 피팅이라는 산업 부품을 찾아낸 덕이다.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는 많지만 산업 부품 파이프 피팅을 통해 대조적인 자연을 그려내고 있다는 건, 작가의 놀라운 발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작가는 인공을 자연에 한 발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지속적인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인공으로 자연을 만드는 아티스트의 다음 발상과 상상이 궁금하다면? 은근한 금속 냄새와 고요한 용접이 기다리는 금속조각가 이형준의 신세계로 입장할 시간이다. 2호선 문래역에서 내려 우체국이 있는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일렬로 정렬한 철공소들이 나타난다. 오래전 문래동은 끊임없이 귀가 먹먹해지는 쇳소리와 시야를 가리는 먼지바람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철공 단지였다. 집이 있던 보라매공원부터 4~5킬로미터를 하릴없이 걷곤 했던 소년에게 쇳가루와 분진이 날리는 문래동 철공 단지는 반짝반짝 빛나는 신기하고도 신비로운 보물섬이었다. 예술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탄생한다고 했던가. 유일하게 활기찬 것이라고는 기계들뿐이었을 그곳에서 소년은 이미 무한한 가능성을 목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가능성의 무한한 자유로 자라났다. 철공과 예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조합으로 이루어진 미로를 사뿐한 발걸음으로 작가 이형준은 부유한다. 평범한 산업용 파이프 피팅Pipe Fiffing을 구부리고 잇고 두드리고 줄을 그어 완성한 선반은 우리가 ‘선반’으로만 알고 있던 것의 범주를 과감히 초월한다. 페르낭 레제Fernand Léger의 입체주의 그림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설계 도안에서 본 것 같기도 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형태가 자꾸만 시선을 붙든다. ‘파이프 피팅’은 피상적 포맷에 불과할 뿐, 어쩌면 아티스트는 아트와 퍼니처, 예술과 실용, 냉기와 온기, 인공과 자연 등 하나가 될 수 없는 둘을 ‘피팅’하려는 시도와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게 아닐까. 《기아 디자인 매거진》은 실험적 예술가이자 예리한 관찰자, 진지한 실험가인 이형준, 그에게 묻기 시작했다. Familiar materials are transformed into unfamiliar objects. Shiny metal pieces become wood complete with tree rings, without undergoing any heating or cooling processes, creating cold objects that radiate with warmth. Such transformation is made possible thanks to pipe fittings also known as pipe connectors. There are many artists who work with stainless steel, but an artist using pipe fittings to depict objects from nature is unprecedented. Hyungjun is on a continuous journey to bring artificial objects a step closer to the nature. We invite you to the world of metal sculptor Hyungjun Lee and explore the artist's next ideas. In Seoul, there is a street full of ironworks located near Mullae subway station. Decades ago, Mullae-dong was an ironworks complex full of sound and dust. During his childhood, Hyungjun used to walk several kilometers from his home near Boramae Park to the ironwork complex and was fascinated by it. It is said that art is born in unlikely places. Indeed, Hyungjun saw infinite possibility in the noisy and dusty complex full of industrial machinery. Somehow, Hyungjoon Lee floats through a maze of seemingly disparate combinations of industrial ironworks and crafting arts effortlessly. For example, his shelves which are made by bending, connecting, hammering, and lining ordinary industrial pipe fittings, boldly transcends the traditional boundary of shelves. The familiar yet unfamiliar shapes that seem to have come from a cubist painting by Fernand Léger or a design drawing by Leonardo da Vinci, draw our attention. The artist is using 'pipe fittings' as a medium, experimenting to blend two unlikely ideas and objects, such as art and furniture, art and practicality, coldness and warmth, man-made and natural. Kia Design Magazine interviewed Hyungjun Lee, a daring artist, keen observer, and serious experimenter, on what he is trying to achieve.
이방인이 담은 한국의 집
잉고 바움가르텐
Familiarity transformed into the unfamiliar The ordinary perceived through the exotic eyes, A foreigner’s portrait of a Korean house Ingo Baumgarten
풍경이 익숙해지면 우리는 그것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 채 스쳐 지나친다. 하지만 익숙한 듯한 풍경 속에서도 섬세한 관찰을 통해 익숙한 것을 낯설게, 평범한 것을 아름답게 화폭에 풀어내는 이가 있다. 바로 독일 화가 잉고 바움가르텐(이하 잉고). 일상에서 건축의 구조, 소재 등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상상을 스토리텔링 하여 잉고만의 시선을 만들어 낸다. 잉고의 그림을 마주하면 마치 ‘이상한 나라 앨리스’로 빨려가듯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우리는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풍경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16년째 한국에 살면서 서울을 관찰하며, 한국의 주택과 건물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리며 한국인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잉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일의 서부 하노버 교외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 학생은 풍부한 문화가 있는 대도시를 동경했고, 미술학도이자 젊은 예술가가 되고자 파리로 떠났다. 독일에서 학업을 마친 후 ‘파리 시각예술고등예술원 Institute of Higher Studies in Visual Arts Paris’에 합격하여 초대받은 것. 그곳에서만 머물지 않고, 대만, 일본, 한국으로 유랑해왔다. 다문화적 관점을 견지한 잉고는 2008년 홍익대학교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1970년에서 1990년 사이에 지어진 콘크리트 주택에 매료되어 한국의 집과 건물을 화폭에 담고 있다. 잉고 바움가르텐이 한국의 주택에 매료된 데에는 유럽에서 나고 자란 환경이 한몫했다. 대부분의 유럽은 일률적으로 집을 짓는다. 지붕의 규격, 방의 구조 등 하나하나 정해진 법규가 있고, 집을 보수하기 위해서는 20년 정도가 흘러야 한다. 반면, 한국의 주택은 전통과 현대의 대비가 뚜렷하면서도 주택의 구조나 형식이 저마다 다르다. 이 대비 속에서 한국인들의 개성이 묻어 있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잉고의 시선을 끌었다. 그런 잉고는 한국인이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지붕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마치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이방인 시선에서 한국 주택은 영감의 원천이었고, 한국 주택이나 건물의 한 단면을 극대화하여, 자신만의 상상을 더해갔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은 한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이지 않은 잉고 바움가르텐만의 세계가 궁금했다. 한국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지, 그 매력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등 한국을 바라보는 잉고의 관점이. When we become familiar with a landscape, we often pass by it without much thought or feeling. Yet, there are those who, through careful observation, manage to transform the familiar into the unfamiliar and the ordinary into the beautiful, expressing it through drawing. One such individual is the German painter Ingo Baumgarten. He explores the structures and materials of architecture in everyday life, weaving his unique imagination into a distinct storytelling style. Encountering Ingo's artwork feels like being drawn into a new world, much like being pulled into "Alice in Wonderland." This prompts us to revisit the landscapes we once overlooked. And this is the beginning of the story of Ingo, who has been observing Seoul after living in Korea for 16 years and interpreting its houses and buildings in his own way, and engaging with the local people. Born in Hanover, West Germany, later raised up in a small town close to Düsseldorf, Ingo spent his school days there. He always longed for the rich culture of the big cities and set off for Paris to pursue his dream of becoming an art student and a young artist. After ending his studies in Germany, Ingo was accepted and invited to the Institute of Higher Studies in Visual Arts Paris to study. Not limiting himself to Paris, he also traveled to Taiwan, Japan, and Korea. Embracing a multicultural perspective, Ingo settled in Korea in 2008, becoming a professor at Hongik University to teach fine art. Captivated by the concrete houses built between the 1970s and 1990s, he brings Korean homes and architecture to life on canvas. Ingo Baumgarten’s fascination with Korean houses can be traced back to his upbringing in Europe. In most parts of Europe, houses are built uniformly, with specific regulations governing aspects like roof dimensions and room layouts. There are strict laws in place, and houses typically require about 20 years to undergo renovations. In contrast, Korea displays a stark contrast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ty, with each home having a unique structure and design. This contrast and unique features of each house caught Ingo’s eyes. And he was inspired by the roof, something many Koreans might pass by without a second thought. “It felt like hands clasped together in prayer,” he remarked. From the foreigner’s point of view, Korean homes were a source of inspiration. By magnifying particular elements of Korean houses and buildings, and blending them with his own imagination, he portrayed the landscapes of Korea in his art. was curious about Ingo Baumgarten's unique world, one that feels both distinctly Korean and yet not, through the eyes of a foreigner. What was it about Korea that attracted him? How did he translate that allure into his work? And how does Ingo perceive the country?
자연과 사람 예술의 어울림
스페이스미조
Creating intricate synergy with nature, people, and art
Space Mijo
보통 건축 설계에 반영해야 하는 주변 상황이나 맥락을 ‘콘텍스트(Context)’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이 때문에 건축가에게 있어 콘텍스트는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는데요. 도시재생이라면 더욱더 이 콘텍스트는 건축가에겐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실험과 도전으로 기존 건축물과 차별화하면서도, 기존 건축물이 가진 주변의 맥락과 어울림은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 명제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낯설면서도 익숙한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스페이스미조입니다. 남해안의 드넓은 바다, 어선이 그득한 미조항, 그 뒤로 펼치는 산과 여러 섬이 중첩되어 만들어낸 한국화에서 볼 법한 풍경. 이 중심에 스페이스미조를 설계한 박석희, 이선희 건축가가 있습니다. 두 건축가는 미조항의 콘텍스트를 한국의 미감으로 풀어내기 위해 기존 건물의 골자는 그대로 두고, 미조항의 풍경과 어울리도록 스케일은 줄여갔습니다. 《기아 디자인 매거진》이 ‘스페이스미조’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건축가로서 도전과 시도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현대적 이름을 달았지만 한국적 미감으로 풀어내 미조항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어울림. 《기아 디자인 매거진》에서 두 건축가가 써 내려간 스페이스미조의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필자는 몇 해 전부터 ‘천년의 탐사대’를 꾸려, 한국 건축의 흔적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최근에 알게 된 것은 부여에서 시작해, 고(句)려, 백제, 신라, 다시 고려, 그리고 조선.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에 대한 한국인의 미감이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으며, 전 국토에 걸쳐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발견의 한복판에 서면 필자는 한국의 건축가로서 이것을 현대 건축에 스며들도록 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고유섭 선생이 우리나라의 미감을 정의한 ‘구수한 큰 맛’을 교본 삼아, 건축을 해나가면서, 필자의 설계는 도면에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각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스페이스미조는 이러한 감각의 복합적인 상승 관계를 이끌어내는 작업이었다. In architecture, the word 'context' usually refers to the surroundings or factors that must be reflected in a design. For this reason, context is often a source of inspiration for architects, especially when it comes to urban regeneration. Context is even more central for architects when designing new buildings, as they need to experiment and differentiate themselves from the existing architecture, while still blending in with the surroundings and existing buildings. Space Mijo is a fine example of the successful fusion of unfamiliar and familiar elements. Mijo Port boasts a picturesque view with the vast blue ocean dotted with fishing boats, and layers of small islands and mountains. Two architects, Park Seokhee and Lee Sunhee created Space Mijo by redesigning an old warehouse to enable it to blend in at the Mijo Port whilst having a distinctive touch of Korean aesthetics and retaining its basic structure. Space Mijo is designed as a cultural complex yet has elements of traditional Korean aesthetics, thanks to the designers’ successful take on incorporating distinctive Korean aesthetics into its design. This makes Space Mijo a perfect item to be in the spotlight in the Kia Design Magazine. Read on to learn all about the story of Space Mijo written by the two architects. For many years, we have traveled around the country, exploring, and discovering different Korean architecture. Over time we learned that the Korean sense of beauty has changed over time, as different dynasties have risen and fallen, from Buyeo to Joseon. We also learned that elements of Korean aesthetics have been dispersed over time, and regions are intricately connected across the entire country. Upon discovering all this, we became eager to translate it into contemporary Korean architecture. Late art historian, Ko Yoosup, summarized traditional Korean beauty as ‘profound savory taste’. We used this as a guideline in the Space Mijo project, which led to some wonderfully complex sensory beauty that could not be expressed in a drawing. The project was all about achieving a complex synergy of sensory beauty.
새로움을
향한 무한한 자유
Unlimited Freedom Toward Newness
자개, 레진, 나무 등을 재료로 활용해 독특한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헤어 아티스트 가베와 식물에 인공적 재료를 더해 외계 식물이라는 이색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플랜트 아티스트 하이이화. 익숙한 소재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두 아티스트의 작업은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Opposites United)’에 대한 신선한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더 이상 새로운 게 있을까 싶은 영역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신선한 작품을 맞닥뜨리며 경이로운 감정이 고양될 때가 있습니다. 헤어 아티스트 가베와 플랜트 아티스트 하이이화는 이런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가입니다. 자개, 레진, 나무 등을 소재로 헤어 스타일링의 신세계를 보여주는 가베는 영감의 원천이 어린 시절의 기억에 있다고 고백합니다. 동양미술과 불교에서 영향을 받은 하이이화는 식물과 전자부품으로 낯선 외계 식물을 만듭니다. 두 아티스트는 익숙함에서 출발해 작품세계를 자유롭게 확장하며 새로운 창의성(New Creativity)을 선보입니다. 안녕하세요. 헤어 아티스트 가베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공적인 요소와 식물을 결합해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미지 세계의 외계 식물을 만드는 플랜트 아티스트 하이이화입니다. Gabe, a hair artist, creates unique hairstyles using mother-of-pearl, resin, and wood, while HA I I HWA, a plant artist, creates alien plants by adding artificial materials. The work of these two artists, who create new visual experiences with familiar materials, provides fresh inspiration for “Opposites United.” Sometimes, in an area where you think there cannot be anything new anymore, you come across something fresh that exceeds your wildest expectations and inspires a sense of wonder. Hair artist Gabe and plant artist HA I I HWA are two such surprising artists. Gabe, who uses mother-of-pearl, resin, wood, and other out-of-the-ordinary materials to showcase a new world of hairstyling, confesses that his inspiration comes from childhood memories. HA I I HWA, on the other hand, is influenced by Eastern art and Buddhism. She creates strange alien plants using plants and electronic parts. These two artists offer viewers a new sense of creativity by starting from the familiar and pushing the boundaries of their respective art worlds. Hello. I’m hair artist Gabe. Hello. I’m HA I I HWA, a plant artist who combines man-made elements with plants to create alien plants from uncharted worlds that we can’t experience here in the real world.
Let’s
Enjoy Your Discovery!
Let’s Enjoy Your Discovery!
지난 6월 기아글로벌디자인(이하 기아디자인)으로부터 조직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설계를 제안받았다. 자동차 디자인은 많은 디자이너들이 서로 협업하며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디자이너 개인의 크레딧보다는 조직을 우선하는 편이다. 특히 커다란 포부와 의욕을 가지고 입사한 디자이너가 디자인 작업에 몰두한 지 3~5년 정도 되면 리셋을 위한 리프레시가 필요해진다. 이를 위해 창의적 사고를 재충전하는 맞춤형 1일 워크숍 기획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였다. 워크숍을 통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걸까, 조심스레 물어보니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밑줄이 필요한 단어로 빼곡한 문장들에는 구성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기아디자인의 진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특히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라는 철학 아래 많은 이들의 영감을 총체적으로 모아 결과물을 도출하는 조직 입장에서, 그 근본을 이루는 디자이너 개인의 정체성과 브랜딩에 신경을 쓰고 계속 소통하려 노력한다는 점은 명징했다. 게임 디자인을 바탕으로 몰입형 워크숍(immersive workshop)을 진행하는 우리 ‘놀공NOLGONG’의 장기를 활용하면 조직과 개인에게 모두 도움 되는 흥미로운 장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In June 2023, I was approached by the Kia Global Design Division (hereinafter Kia Design) to organize a workshop that would revitalize their organization. Automotive design is a process where many designers collaborate to complete a product, so the organization tends to take precedence over individual designer credits. That is especially true for designers who joined the company with great ambition and motivation yet could still use a boost of momentum to reset themselves after three to five years of such immersive design work. The key was to design a customized one-day workshop to recharge their creative batteries. After carefully asking them what they wanted to do during the workshop, I narrowed it down to a few things. Kia Design’s sentences, filled with words that needed to be underlined, contained the organization’s sincere desire to help its members. In particular, it was clear that as an organization that collectively harnesses the inspiration of so many people to produce results under Kia’s design philosophy, “Opposites United,” it still cares about the identity and branding of each designer—which becomes the organizational foundation—and tries to continue communicating with them on an ongoing basis. I thought we could create an exciting opportunity that would benefit both the organization and the individuals themselves by leveraging NOLGONG’s extraordinary ability to conduct immersive workshops based on game design.
디자이너 로베르트 클로스.
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Designer Robert Klos. Hear his various stories.
아주 어릴 때부터 자동차, 기차, 자전거를 참 좋아했어요. 몇 살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기계적인 면모를 띤 움직이는 사물에 항상 관심을 빼앗겼죠. 아파트 창밖을 내다보며 저 멀리 지나가는 열차의 화물칸 갯수를 세곤 했다니까요. 동네에 처음 보는 차가 지나가거나, 큰 트럭을 발견할 때면 뛸 듯이 기뻐했던 경험도 기억나네요. (웃음) 또 다른 취미는 그림 그리기였어요. 건축물이나 아파트 설계도를 그렸는데, 건축사무소에서 일하시던 할머니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자동차도 자주 그렸습니다! TV에 나온 F1 자동차를 따라 그리곤 했죠. 제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계기가 있어요. 14살 때 제 사촌이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가 만든 작업물을 본 순간 깨달았죠. ‘내가 하고 싶은 건 바로 이런 거였어!’ 저는 제품 디자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릴 적부터 늘 제 넋을 빼놓던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어요.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당시 제가 살던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자동차 회사가 없었고,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할 길도 묘연했어요. 그래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공부를 했답니다. 시간이 흘러 2017년부터는 기아유럽디자인에서 일할 수 있었죠. 지금 이렇게 《기아 디자인 매거진》과 인터뷰를 하는 거 보니, 결국 꿈을 이룬 게 아닌가 싶네요. 하하. Ha, that’s a very tricky yet straightforward question. The answer to it might be a bit too long, though, if I would go into every detail. Anyway… Ever since I can remember, I have been fascinated by cars, trains, and bicycles; I have no idea why. Everything that was moving and had some technicality always got my attention :). I remember looking out the window of the flat I lived in as a kid and counting wagons of trains passing by in the distance. I remember feeling super happy seeing a new car or big truck on our street. Also, for some reason, I can’t explain why I was drawing a lot: architecture and plans of the apartments (I think my grandma, who was working in the architecture office, influenced me a bit; my dad is a fantastic drawer, too, by the way!) And, of course, I was drawing cars! Especially F1 Cars when I watched it on TV (I was six years old). Things evolved quite a bit over the years, and finally, when I was 14, I got interested in art and design. My cousin was studying Product design and showed me some stuff he was working on. BUM, that was it! I decided to take it a step further and try car design, even though we didn’t have any car design school or car industry in Poland. It took some time, some moving to different countries and learning, but hey, now I am here, talking to Kia Design Magazine, so I think things worked out quite well in the end :)
선입견을 넘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
Beyond Prejudice: Advancing Toward a World of Infinite Possibilities — Nana Youngrong Kim, Drag Artist
나나영롱킴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드랙 아티스트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배우의 길을 모색했지만, 남녀의 고정된 성역할과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관습적 연기에서 한계를 느끼던 그는 우연히 드랙 아티스트를 조명한 영화 〈프리실라〉와 〈헤드윅〉을 접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드랙 아티스트의 화려한 의상과 소품에 마음을 빼앗기며 드랙 문화에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기존의 클럽 무대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 예술 장르에 도전하며 ‘성소수자들만의 문화’라는 드랙의 선입견을 허무는 데 지속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마마무, 박효신, 유노윤호 등 다양한 K팝 아티스트와 협업했고, 럭셔리 브랜드 베르사체, 모스키노, 로에베, 루이 비통 등의 러브콜을 받았으며, 코스메틱 브랜드 헤라HERA의 캠페인 모델로 활동하며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발매했다. 그는 드랙을 주제로 한 개인 다큐멘터리 〈NA, NA〉를 제작하고, 한국 드랙 아티스트로는 유례없이 사진전을 여는 등 드랙 문화의 확장성을 계속 증명하는 중이다. Korea’s drag culture, once considered “cross-dressing” and enjoyed by just a small group of people, is now entering a new phase. Today, different definitions and categories of drag culture are emerging, and drag artists are expanding into a variety of genres. One name on this new cultural map is Nana Youngrong Kim, one of Korea’s leading drag artists. As a drag artist, Kim embraces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diversity of genres, direct proof of his belief that drag is the act of being able to be absolutely anything. Drag culture is a liberating medium in that it can help anyone in the world move forward in the direction of their choice. Kia Design Magazine met up with Kim and listened to his perspective and attitude to change many of the stereotypes surrounding drag and highlight the infinite possibilities of drag culture as a driving force to enrich our times.

그릇으로서의 아트워크, 환대로서의 전시 Artworks as a Medium, an Exhibition as Hospitality

요즘 유행인 챗GPT에게 물어봤다. “기아의 디자인 철학은 뭐니?” 똑똑한 챗GPT는 이내 자신있게 헛발질을 찼다. “The Power to Surprise입니다.” 없던 말을 지어낸 건 아니다. 2005년 수립한 기아의 브랜드 슬로건이니까. 2021년 기아자동차가 사명을 기아로 바꾸고 브랜드 슬로건 또한 ‘Movement that inspires’로 변경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조금 기가 막히지만. 틀렸다고 핀잔을 주며 다시 한번 채근해본다. “2021년 새롭게 정립한 기아의 디자인 철학은 뭐니?” 이제야 마음에 드는 답이 나온다. “Opposites United입니다.” 좋아! 그러면 심화 질문을 해볼까. “Opposites United를 구성하는 5 Pillars는 뭐야?” 다시 꼬이기 시작하는 챗GPT. 분명 다섯 가지 필라를 말하라고 했는데 가짓수도 빼먹고, 그 명칭도 각양각색이다. 아! 현재 무료로 이용가능한 챗GPT의 기억은 2021년 9월이 마지막이니, 2021년 3월 15일에 발표한 기아 디자인 철학에 대해 깊이 있게 습득할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챗GPT의 대항마인 구글의 ‘바드Bard’에게 똑같이 질문을 던져봤다. 근데 이 아이도 Opposites United까지는 맞추는데 심화 질문으로 들어가니 챗GPT보다 더 가관이구나. 결국 도긴개긴이다.

I asked the smarty pants ChatGPT, “What is Kia’s design philosophy?” Without hesitation, it blurted out the wrong answer confidently: “The Power to Surprise.” ChatGPT did not make this up—that actually was Kia’s 2005 brand slogan. That being said, it does seem a little crazy when you consider that Kia Motors changed its name to Kia and its brand slogan to “Movement that inspires” in 2021. I came down on ChatGPT for getting it wrong and told it to try again. “What was Kia’s new design philosophy in 2021?” Only then did I get the answer I was looking for: “Opposites United.” Great! Then I asked a more detailed question: “What are the five pillars that make up Opposites United?” ChatGPT started to stumble again. I asked it to name the five pillars, but it did not know what they were, and instead gave me a bunch of different phrases. Since the last free-of-charge ChatGPT memory is to September 2021, it may not have had time to learn more about Kia’s design philosophy, which was announced on March 15, 2021, so I asked the same question to Google’s Bard, ChatGPT’s competition. Although Bard answered Opposites United, when it moved on to in-depth questions, it was even worse than ChatGPT. In the end, the two AI chatbots were not that different.

이런 인공지능의 행태를 멍청하다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건 엄연히 불공정한 요구다. 한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한 핵심 키워드는 파악해서 읊을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은 신기루나 다름없다. 동일한 질문 앞에서 우리 인간의 머리도 백지장이 되지 않던가. 오히려 막힘 없이 요약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더욱 무서운 일이다. 단선적으로 파악되는 철학에는 생명력이 없다. 확장가능성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크리에이티브가 철저히 봉쇄되고, 디자인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예측가능해 더 이상 흥미가 끌리지 않으니까. 오히려 헛발 차는 인공지능이 고마울 따름이다. 디자인 철학을 날카로운 언어로 재단할 수 없다면 결국 이를 이해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알듯 말듯한 내러티브와 다양한 시각 요소로 구성한 디자인 매니페스토 영상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2021년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아관에 조심스럽게 등장한 상징적인 오브제들도 같은 맥락이다. 작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기아 디자인 철학 전시를 통해 Opposites United와 다섯 가지 필라에 대해 공감각적으로 체험하는 장을 연출한 것도 연장선 상에 있다.

You might call this AI behavior flat-out stupid, but it was actually an unfair request, as it seems impossible to articulate a brand’s design philosophy. Sure, AI can identify and recite the key words that have already been officially announced, but explaining them is something closer to a mirage. Even our own human minds often go blank when faced with the same question. To be honest, it would be all the more frightening if AI could summarize Kia’s design philosophy smoothly. By the same token, any philosophy that can be explained in one single way has no real substance to it; there is no scalability in it, either. As a design thinker, creativity is locked down, and as a design viewer, it is predictable and no longer interesting. In fact, I am grateful that AI makes mistakes. If a design philosophy cannot be described using smart language, there is only one way to understand it, which is to experience it through your senses—that is why we created a design manifesto video with a non-straightforward narrative and a variety of visual elements. In the same context, a number of iconic objects carefully appeared in the Kia Pavilion at the Gwangju Design Biennale in 2021. In line with this, last year’s exhibition regarding Kia’s design philosophy at Dongdaemun Design Plaza (DDP) created a synaesthetic experience of Opposites United and its five pillars.

이런 노력이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꽃을 피웠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 축제라 불리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기아가 처음으로 단독으로 참여해 자신만의 공간을 꾸린 것이다. DDP에서 시도한 전시 콘셉트를 한층 업그레이드해서 《오퍼짓 유나이티드 아트워크 전시회》란 이름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근데 왜 아트워크 전시회일까? “아트워크라는 단어를 썼지만 저희가 예술을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아티스트는 경외로운 분들입니다. 그래서 정말 아트워크를 만든다는 의도로 접근한다면 오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바란 것은 기아 디자인 철학이 지닌 메시지를 담은 그릇(vessel)으로서의 전시였습니다. 현지인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앞으로 기아 디자인센터에서 어떤 애티튜드로 디자인을 대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202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아관, 2022년 DDP 기아 디자인 철학 전시에 이어 올해 밀라노 전시까지 기아 디자인 철학을 공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일을 연속성 있게 책임진 기아디자인전략팀 한현수 팀장의 말이다.

This year, those efforts fully blossomed in Milan, Italy. For the first time, Kia participated by itself and presented its own exhibition at Milan Design Week, one of the world’s most noteworthy design festivals. Taking the exhibition concept from DDP to the next level, Kia presented itself to the public through the Opposites United Artwork Exhibition. But why an artwork exhibition? “We used the word ‘artwork,’ but that didn’t mean we were creating art. Artists are awe-inspiring people, so we thought it would be arrogant to approach it with the intention of creating artwork. What we wanted was for the exhibition to be a medium for the message of Kia’s design philosophy. We wanted to create a space where we could communicate with the locals open-mindedly, receive a wide range of feedback, and rethink what attitude we should have towards design at the Kia Design Center in the future,” said Han Hyunsoo, head of the Kia Design Strategy Team, the group responsible for presenting Kia’s design philosophy in a synaesthetic way through the Kia Pavilion at the Gwangju Design Biennale in 2021, the Kia design philosophy exhibition at DDP in 2022, and the Milan exhibition this year.

The promotion image of the Kia exhibition in Milan.
밀라노 시내에 설치한 기아 전시회 프로모션 이미지.
The Kia exhibition attracted a large number of visitors.
기아 전시회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찾아왔다.

“저희가 바란 것은 기아 디자인 철학이 지닌 메시지를 담은 그릇으로서의 전시였습니다.”
— 기아디자인전략팀 한현수 팀장

“What we wanted was for the exhibition to be a medium for the message of Kia’s design philosophy.”
— Han Hyunsoo,
Head of the Kia Design Strategy Team

밀라노 전시는 기아 디자인 철학을 지탱하는 다섯 가지 필라, 즉 인간의 삶을 위한 기술(Technology for Life), 자연과 조화되는 대담함(Bold for Nature), 이유 있는 즐거운 경험(Joy for Reason), 미래를 향한 혁신적 시도(Power to Progress), 평온 속의 긴장감(Tension for Serenity)을 독립적인 관으로 설정하고 그 앞뒤로 오퍼짓 로비(Opposites Lobby)와 오퍼짓 라운지(Opposites Lounge)를 두어 완결성을 높였다. 특히 처음 등장한 오퍼짓 로비는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낯설게 느끼는 이의 마음을 활짝 여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에서는 기아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DDP에서 전시를 열면서 디자인 철학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여기 밀라노는 유럽 한복판입니다. 기아라는 브랜드가 생경한 분들도 많을 뿐더러 낯선 브랜드가 디자인 철학을 전시로 풀어내는 시도 자체가 관람객에게 벽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오퍼짓 유나이티드’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면서 다른 공간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돕는 시작점을 안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실제 오퍼짓 로비에서 백과 흑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영상의 흐름을 따라가보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지식이 있지 않아도 오퍼짓 유나이티드란 단어가 지닌 뉘앙스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최소한의 이해를 통해 흥미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뇌를 적절히 자극하는 예열 작업인 셈이다.

The Milan exhibition featured the five pillars of Kia’s design philosophy—Technology for Life, Bold for Nature, Joy for Reason, Power to Progress, and Tension for Serenity—in independent pavilions, and was completed with the Opposites Lobby and Opposites Lounge at the front and back of those pavilions. The Opposites Lobby, the first part of the exhibition, tells the underlying story of Kia’s design philosophy, “Opposites United,” in a visual way, while also serving as a way to open the minds of viewers who feel it unfamiliar. “In Korea, everyone knows Kia, and we had the opportunity to showcase our design philosophy at DDP,” explained Han Hyunsoo. “But here in Milan, we’re in the middle of Europe. Not only are many people unfamiliar with Kia, but the very idea of an unfamiliar brand trying to translate its design philosophy into an exhibition can be a barrier for visitors, so we needed to establish a starting point that would help them experience and interact with the different spaces naturally, while also pointing out what Opposites United is.” Following the flow of a geometric video in black and white in the actual Opposites Lobby, the nuances of the phrase “Opposites United” could be more fully appreciated, even without verbal communication or any prior knowledge. It was a nice warm-up for the brain, in that it generated people’s interest through a minimal understanding of the topic.

The space for “Opposites Lobby.”
Opposites Lobby의 모습

밀라노 전시는 DDP에서 선보인 콘셉트를 기반으로 형식과 내용을 더욱 간결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Technology for Life’는 디스플레이를 두드리는 인터랙션을 거쳐야 영상이 시작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정육면체 큐브와 거대한 디스플레이 존에서 뿜어내는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만으로 메시지를 충분하게 전달하도록 의도했다. 길게 늘어뜨린 천들을 자연스럽게 겹쳐놓은 ‘Bold for Nature’는 단순히 빛을 투사하는 매개를 넘어 마치 자연을 탐험하는 유사 경험을 선사했고, 프랙탈 패턴의 금속과 목재를 결합한 인위적인 나무 모양의 오브제는 하늘을 비추는 우물이 연상되는 미니멀한 디스플레이 형식으로 교체하며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중앙에 거대한 구을 설치하고 이를 사분할해 네 가지 영상을 동시에 틀어 벽을 둘러싼 거울에 끝없이 반사시키는 ‘Joy for Reason’ 또한 예전보다 색감과 시각 요소를 훨씬 감각적이고 비비드하게 바꾸었다. 벽을 따라 도열한 라이팅이 움직이며 한 편의 쇼를 진행하는 ‘Power to Progress’는 기본 콘셉트를 그대로 살리면서 가장 안쪽에 배치한 오브제를 기하학적인 팔면체로 단순화시켜 몰입감을 높였고, ‘Tension for Serenity’는 세 면의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연속적으로 배치해 특별한 장치 없이도 장대한 영상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게 연출했다. 서울에서 화제가 됐던 오퍼짓 라운지 또한 인피니트 미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콘텐츠의 퀄리티와 다양성을 높이며 인스타그래머블한 매력도를 강화했다.

The Milan exhibition further built on the concepts presented at DDP, making them more streamlined in form and content. For example, “Technology for Life” abandoned the traditional approach of tapping on the display to trigger a video, and instead let the digital media content emanating from the cube and giant display zone fully deliver the message. The “Bold for Nature” installation, with its natural layering of long stretches of fabric, became more than just a medium for projecting light, but an experience akin to exploring nature, while the artificial tree-like object, combining metal and wood in a fractal pattern, was replaced with a minimalist display format reminiscent of a water well illuminating the sky, drawing higher attention to the content. The “Joy for Reason” installation, a giant sphere in the center of the pavilion that was divided into quadrants and simultaneously playing four videos, endlessly reflected the video images in mirrors surrounding the wall and also changed its colors and visual elements to be more sensory and vivid than its earlier version. With “Power to Progress,” a show with moving lights along the wall, it retained the basic concept but simplified the innermost object into a geometric octahedron for greater immersion, while “Tension for Serenity” featured a giant display on three sides in a row, allowing the audience to blend into the epic video without any special equipment. In terms of the Opposites Lounge, which had been much talked about when installed in Seoul earlier, it also retained its infinity mirror, yet increased the quality and variety of content to enhance its Instagrammable attractiveness.

The space for “Technology for Life.”
Technology for Life를 다룬 공간
The space for “Bold for Nature.”
Bold for Nature를 다룬 공간
The space for “Joy for Reason.”
Joy for Reason을 다룬 공간

이런 일련의 변화에서 감지되는 공통점은 바로 즐거움이다. 오브제를 발견하고, 콘텐츠와의 연관성을 추측해야만 했던 과거와는 달리 밀라노 전시는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경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접근가능성이 무척 높아진 점은 이를 잘 반영한다. DDP 전시의 경우, 사전 예약을 한 후 선형적으로 이어진 여섯 개의 룸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차례차례 봐야했다. 전시를 관람하는 자유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형태다. 밀라노 전시는 룸이 한 곳 더 늘어났지만 비선형적으로 구성해 각 공간에 독립성을 부여했고,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룸을 돌아다녀도 훨씬 편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Joy for Reason’ 공간 바닥에 비치한 수많은 공이 다채로운 색을 반사하는 광경을 본 사람들이 공을 건드리며 촉각적으로 가지고 놀던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전달하는 전시이지만, 일단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평면이 아닌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달까요. 흥미로움을 북돋으며 즐길 수 있는 관람이 선행되어야 나중에 회자될 가능성이 열립니다. 디자인 철학을 얼마나 제대로 전달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가장 중요한 관객의 반응을 잊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희는 관람객이 즐거운 추억을 안고 돌아갔으면 하는 환대의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The common thread which can be detected in this series of changes is pleasure. Unlike the past, where you had to discover objects and guess their relevance to the content, the Milan exhibition was an exciting experience for visitors just to be in the space. This was reflected in the fact that the exhibition was very accessible. In the case of the DDP exhibition, you had to make a reservation in advance and then follow a guide through the six linearly connected rooms, one after another. As a result, the freedom to explore the exhibition was significantly reduced. The Milan exhibition had one more room, but it was organized in a non-linear fashion, giving each space its own independence and making it much easier for the audience to enjoy the content, even if you did not have any prior knowledge of the exhibition. I was also impressed by the scene in which the many balls on the floor in the “Joy for Reason” room reflected a variety of colors, prompting visitors to touch and tactilely play with them. As Han Hyunsoo put it, “While the exhibition conveys Kia’s design philosophy, we wanted to first and foremost create a fantastic experience for people who visit the space, regardless of age or gender. We also wanted to share the feeling of stepping off a flat surface and into another dimension. A viewing that encourages people’s interest and can be enjoyed should be preceded by the possibility of it being talked about later. If we get too focused on how well we communicate our design philosophy, we might forget about the most important thing: the audience’s reaction. So instead, we put the exhibition together with a spirit of hospitality, hoping that visitors would walk away with pleasant memories.”

The space for “Power to Progress.”
Power to Progress를 다룬 공간
The space for “Tension for Serenity.”
Tension for Serenity를 다룬 공간
The space for “Opposites Lounge.”
Opposites Lounge의 모습

다른 행사보다 좀 더 넓직한 내부 공간, 군데군데 설치한 벤치, 그리고 2층에 자리잡은 《기아 디자인 매거진》 코너와 각종 읽을 거리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의자들, 그리고 야간에 치뤄지는 각종 렉처와 뮤직 이벤트. 지금 돌이켜보면 기아의 전시에는 손님을 환영하고 가진 것을 넉넉하게 내어주는 한국 특유의 환대 문화가 녹아있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때 열리는 행사가 무언가를 빨리 보고 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관객 회전률이 빠를 수록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경우와는 정반대였다. 전시가 열린 1층 곳곳에는 바닥에 앉아 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는데 그들의 표정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에 들른 듯 했다. 디자인 철학을 전달하는 목적에 급급하지 않고 전시를 찾은 이들을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즐기고 노는 공간으로 아이덴티티를 설정한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전시가 열린 무세오 델라 페르마넨테는 중앙에서 살짝 비켜나간 곳에 자리잡았는데도 전시 기간 동안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소셜 미디어와 푸오리 살로네 웹사이트에는 기아 전시장에서 찍은 다양한 사진들이 공유됐는데,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밝게 웃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전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는 점에서 오히려 굉장히 지속가능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다가왔다.

The interior space was more spacious than that of many other events, with benches scattered throughout, a Kia Design Magazine corner on the second floor, a variety of chairs available for reading many different materials, and lectures and music events held at night. In retrospect, Kia’s exhibition reflected the unique Korean hospitality culture of welcoming guests and giving generously of what you have. It was the opposite with most events at Milan Design Week, where the focus was on getting in and out quickly to view something, and where they made their evaluation based around the quicker the turnover, the more successful it was. Throughout the ground floor of the exhibition, there were frequent sightings of people sitting on the floor and resting, with expressions on their face as if they had stumbled upon an oasis in the desert. Setting up the identity of the event as a space for casual enjoyment and play, while respecting the visitors and not rushing to communicate our design philosophy, definitely worked out well for us. The Museo della Permenente, where the exhibition was held, was packed with people during the exhibition despite being located slightly outside the city center. Social media and the website for Fuorisalone (the official guide to Milano Design Week 2023 events) shared a variety of photos from the Kia exhibition, mostly of people smiling brightly as if they were at an amusement park. This was clearly a sustainable way of communication, as it left a lasting impression on people who were new to an exhibition that represented Kia’s design philosophy.

Forums and parties were held on the second floor during the exhibition.
건물 2층에서는 전시 기간 내내 포럼과 파티가 열렸다.

“디자인 철학을 얼마나 제대로 전달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가장 중요한 관객의 반응을 잊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희는 관람객이 즐거운 추억을 안고 돌아갔으면 하는 환대의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 기아디자인전략팀 한현수 팀장

“If we get too focused on how well we communicate our design philosophy, we might forget about the most important thing: the audience’s reaction. So instead, we put the exhibition together with a spirit of hospitality, hoping that visitors would walk away with pleasant memories.”
— Han Hyunsoo,
Head of the Kia Design Strategy Team

《오퍼짓 유나이티드 아트워크 전시회》는 푸오리 살로네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여한 1000여 개의 프로젝트 중 그 해 기억할 만한 비범한 예시에 수여하는 상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최고상을 뽑고, 인터랙션, 지속가능성, 테크놀로지, 커뮤니케이션 등 네 가지 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하나씩 호명한다. 기아 전시는 그 중 테크놀로지 부문에서 단독으로 수상했다. 일반 관람객이 투표하는 인기상에서도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가와 방문객 모두를 만족시켰다는 의미다. 밀라노 현지 전시장에 비치된 브로슈어의 마지막 장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말미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모든 인스톨레이션은 훌륭한 아이디어의 일부입니다. 모든 인스톨레이션은 약속입니다. 기술에 생명을 불어넣고 기억에 남는 인간적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약속. 자연과 사람, 재료에 대한 존중으로 인류를 위한 견고한 아름다움을 창조하겠다는 약속. 예상치 못한 소소한 즐거움을 경험하는 약속.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겠다는 약속. 혼돈 속에서도 조화를 찾아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약속.” 밀라노에서 보낸 기아의 약속이 차근차근 실현되는 여정을 기대해본다.

Opposites United Artwork Exhibition has been shortlisted for the Fuorisalone Award. The award honors the most memorable and extraordinary examples from more than 1,000 projects that took part in the year’s Milan Design Week. A committee of experts selects the Winner, and Special Mentions of the Jury is awarded in each of the four categories: Interaction, Sustainability, Technology, and Communication. In 2023, Kia’s exhibition was the lone “mention” in the Technology category. It also took third place in the Popular Vote, which is voted on by the general public. This means that Kia satisfied both experts and visitors alike. I remember the last page of the brochure in the Museo della Permanente. At the end of it, Kia wrote: “Every installation is part of a great idea. Every installation is a promise. A promise to bring technology to life and create a memorable human experience. A promise to create solid beauty for humanity from nature, for people and with respect for materials. A promise to experience unexpected and joyful little pleasures. A promise to discover new values for further progress. A promise to seek peace by finding harmony even in chaos.” We hope that Kia’s promises at Milan will be realized step by step.